이란, 공격 수위 낮으면 대응 않을 가능성 검토
경제난에 여론 악화…"美 대선 전 확전 피해야"
내부 강경파 등 반발 우려도…일단 피해 일축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면서 이란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26일(현지시각) 새벽 3차에 걸쳐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로 탄도 미사일 등 180여발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이란이 발표한 피습 지역은 수도 테헤란과 서부 일람주, 남서부 후제스탄주 군사 중심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익명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관계자들은 테헤란을 방어하는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의 S-300 방공망과 테헤란 외곽 파르친 비밀 군사 기지가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석유 및 가스 생산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는 공격하지 않았다. 피해 상황으론 현재까지 군인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군사적 대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에 앞서 대응 준비를 했지만, 공격 강도가 약할 경우 대응하지 않는 선택지까지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으로 여러 곳이 피해를 입고 사상자가 대량 발생하면 보복에 나설 계획이다. 군사 기지 일부와 미사일, 드론 저장고에 국한될 경우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 당국자들은 NYT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석유 및 에너지 시설, 핵 시설, 고위 당국자 암살에 반드시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에서 에너지나 핵 관련 시설은 표적이 아니었던 만큼,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될 대목이다.
특히 제재로 인한 경제난과 강압 통치로 악화된 여론으로 이스라엘과 확전은 이란 지도부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도 고려 요소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 국장은 "이란이 불확실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 광범위한 확전을 피하려면 타격을 감수하고 외교적 지원과 서방으로부터 개방에 초점을 맞춘 장기적인 전략 게임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공습 효과를 축소하고 휴전을 압박함으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전세를 뒤집고 군사적 약점을 외교적 개방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 대응 없이 넘어간다면 자칫 내부 강경파나 중동 내 대리 세력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 등 수뇌부가 잇따라 사살된 만큼 강경 대응하지 않으면 약하게 비칠 우려가 있다.
이란은 현재로선 이스라엘 공격이 제한적이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란 방공사령부는 공격 직후 낸 성명에서 공습으로 제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스라엘 공습을 성공적으로 요격해 대응했다고 선전했다. 이란 매체들도 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루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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