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가능해진 고려아연…다음은 '주총 표 대결'

기사등록 2024/10/21 14:43:26 최종수정 2024/10/28 09:41:43

법원, 영풍이 제기한 2차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배임 아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완료 할 것"

영풍-MBK, 주총 표 대결 준비 집중

이사 수 확대로 이사회 과반 확보 노력

최윤범 회장 원아시아 투자 소송은 지속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내부에 층별 안내문이 놓여 있다.법조계와 재계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2차 가처분 결과가 이르면 21일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 판결 직후 고려아연 주가가 출렁일 것이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4.10.21. ks@newsis.com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현실로 실현될 전망이다.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배임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명분도 일정 부분 쌓게 됐다.

영풍 측은 이에 대해 "대규모 차입에 기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재무 부담이 많이 늘어나게 됐다"며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사주 취득 금지 2차 가처분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4일 1차 가처분 신청 기각에 이어 연이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2차 가처분의 쟁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과도하게 높은 가격(주당 89만원)으로 책정돼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결정하는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결정하는지 여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특히 이번 가처분 재판에서 모두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배임이 아니고,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규모 차입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 2일에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쟁점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별관계 여부였으나, 법원은 양측이 주식을 공동 보유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닌 만큼 특별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조7000조원이 회사채 발행과 은행 등으로 빌린 차입금이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2차 가처분 기각 결정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하겠다"며 "이를 통해 경영권을 더 탄탄히 하고 MBK의 기습적인 공개매수로 인해 멈췄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영풍 vs 고려아연' 주총 표 대결 준비
영풍은 2차 가처분 기각에도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40%를 훌쩍 넘는 의결권을 확보한 만큼 주주총회 표 대결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총 38.47% 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후 의결권 기준으로는 45% 이상 지분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MBK 연합은 우선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과반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임시주총은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당장 여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임시주총이 열리지 못하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 대결이 벌어진다.

관건은 어느 쪽이 더 많은 이사를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정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뺀 나머지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상법상 이사회 해임은 주총 특별 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풍과 MBK는 기존 이사를 해임하는 대신 새로운 이사 12명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방안을 노릴 것이 유력시된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이사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또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아닌 최윤범 회장 개인에 대한 배임 소송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풍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고려아연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최 회장 등이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이 운영하던 원아시아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해 511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2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진행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로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남은 주주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확실한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무너진 지배구조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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