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에 직장인 지갑 갈수록 얇아지는데…근로소득세 법인세 추월하나

기사등록 2024/10/21 11:21:16 최종수정 2024/10/21 11:29:42

지난해 소득세 115.8조 중 근로소득세 2.8% 증가

올해 근로소득세 65조 추정…법인세 63.2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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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서울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냉면과 비빔밥 평균 가격은 1만원을 넘은 지 오래고 삼겹살 1인분은 2만원 수준에 육박하는 등 직장인들의 물가 부담 속에 16년째 유지되고 있는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로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법인세와 소득세는 39조2000억원, 36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격차가 좁혀지면서 2013년 이후에는 소득세가 법인세를 역전한 상황이다. 이후 소득세는 우리나라 주요 세원으로 자리 잡았다. 

소득세 중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의 경우 올해 62조원 수준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근로·자녀장려금을 포함하면 역대 처음으로 직장인들이 내는 세금이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3.1% 감소했다. 법인세가 23조2000억원 감소한 80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국세수입이 줄었고 56조원이라는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소득세도 전년대비 12조9000억원 줄어든 115조8000억원이 걷혔는데 근로소득세의 경우 전년대비 1조7000억원 늘너난 62조1000억원, 전년대비 2.8%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제 위축과 반도체 업황 침체로 인해 법인세가 큰 폭으로 줄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된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세목이 줄어들었는데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는 근로소득세만 유독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1. xconfind@newsis.com

지난 11일 실시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실질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면서 직장인을 비롯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커진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소득세가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인 2022년 60조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가계소득 대비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가파른 데 따른 대책을 요구했다.

2008년 이후 2023년까지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6% 포인트(p) 수준의 증가세를 보인데 반해 법인세는 4.9% 수준의 증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의 비중도 2008년 9.3%에서 2023년엔 18%를 넘어섰다.

문제는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에 비례하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평균 가계소득의 경우 2008년 756조원에서 1478조원으로 연평균 4.5% 증가율을 보였는데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이보다 5.1%p 높게 형성된 셈이다.
[서울=뉴시스] 26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한 337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런 상황은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 '2024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본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한 337조7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법인세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4.2% 하락한 탓에 당초 77조7000억원보다 14조5000억원 덜 걷힌 63조2000억원으로 추계했지만 소득세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117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올해 62조원 목표와 유사한 61조7000억원을 걷을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근로·자녀장려금 3조5000억원을 포함하면 실제로 걷히는 근로소득세는 65조원 수준인 셈이다.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2008년 이후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외식업 침체가 지속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79.28) 대비 3.68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먹거리 골목. 2024.08.11. kgb@newsis.com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판매하는 냉면 한그릇 가격은 1만1923원, 비빔밥은 1만1038원 수준으로 5년 전인 2019년 10월대비 33.03%, 25.31% 가격이 올랐다. 5년동안 30% 물가가 상승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1억5000만원 35%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 소득세 과표구간이 그대로인데 반해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직장인의 월급이 10% 가량이라도 오른다면 직장인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4600만원 이하의 과표 구간에 있던  A근로자의 월급이 5년동안 10% 가량 올라 5000만원이 됐다면 적용 세율은 15%에서 24%로 자동 변경된다. 월급 인상분이 물가 상승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지만 더 높은 과표구간을 적용 받아 내야할 세금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물가 상승에 따라 소득이 오르고 있는만큼 중산층의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득세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기적으론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이 변하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이 오른 근로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가만히 놔둬도 세금이 더 걷힐 수 있는 만큼 기재부는 더 많은 사람이 이를 알아채고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2023.04.04.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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