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무, 아프리카 식민지 반환에도 "지브롤터·포클랜드는 안돼"

기사등록 2024/10/08 15:33:21 최종수정 2024/10/08 18:02:16

래미, 스페인 남단 지브롤터·아르헨티나 옆 포클랜드 수호 뜻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 모리셔스 반환 놓고는 "외교적 승리"

[지브롤터=AP/뉴시스]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이베리아반도 남단부 스페인 일대 지브롤터와 남대서양 아르헨티나 일대 포클랜드를 반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달 들어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2020년 12월31일(현지시각) 스페인 영토에서 바라본 영국령 지브롤터 해안 바위산의 모습. 2024.10.08.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이베리아반도 남단부 스페인 일대 지브롤터와 남대서양 아르헨티나 일대 포클랜드를 반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달 들어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BBC에 따르면 래미 장관은 7일(현지시각) 영국 수도 런던 서민원(하원)에 출석해 "포클랜드 제도와 지브롤터를 비롯한 다른 해외 영토 지위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차고스 제도 주변의 특정 상황이 다른 영토 분쟁, 특히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정부가 각각 권리를 주장하는 지브롤터와 포클랜드 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라면서 "정부는 상호 동의에 기반한 해외 영토와 현대적 동반자관계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이 합동 군사기지를 운용하는 디에고 가르시아섬 운영권을 99년 동안 보장받기로 한 점을 환기하며 "모리셔스는 196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대가로 불법적으로 섬을 넘겨야 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온 모리셔스와 계약은 역사적 순간이자 외교 승리"라고 평가했다.

의회 바깥에서는 차고스 제도 주민이 모여 모리셔스로 반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돌려주는 것과 관련해 주민과 상의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디에고 가르시아=AP/뉴시스]영국은 3일(현지시각)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인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반세기 만에 모리셔스에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섬의 항공 사진. 이 곳은 차고스 제도 내 가장 큰 섬으로,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2024.10.04.

영국이 1967~1973년 섬 주민 1500~2000명을 강제로 추방하고 차고스 제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주민 상당수는 섬이 모리셔스에 귀속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반환하는 일을 두고 세계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이는 동시에 다른 영국 해외 영토에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고스 제도는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산호초 제도다. 몰디브 남쪽으로 1600㎞가량 떨어져 있다. 60개가 넘는 산호섬이 7개의 환초를 이루고 있다. 이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는 미국과 영국의 합동 공군기지로 유명하다.

영국은 1814년부터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와 관련해 1968년 독립을 승인했는데 이때 차고스 제도는 분리해 영국령으로 남겼다. 이곳의 군사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1967~1973년 섬 주민 1500~2000명을 강제로 추방하고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내놓기로 한 영국 측 결정은 국제적 압박과 13차례에 걸친 협상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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