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연동' 족쇄 벗고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털어
다년 계약에 한반도밖 자산 지원 관행 폐지도 핵심 성과
트럼프 재선시엔 재협상 가능성도
SMA를 5년의 다년으로 체결해 안정성을 확보하되, 최근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빈번해진 것이 협상에선 고려되지 않은 것도 우리 측으로선 성과로 볼 수 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양국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제12차 SMA 교섭을 최종 타결하고 문안에 가서명했다.
제12차 SMA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된다. 다년 계약은 주한미군 예산 수립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동맹국 간 빈번한 협상에 따른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윈윈'하는 결론이다.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총액 1조4028억원보다 8.3% 증액된 1조5192억원으로 합의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매해 분담금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해 결정하되, 연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는 '동맹 무임승차론'에 힘입어 한국에 불리하게 적용됐던 11차 SMA의 틀을 깬 것이나 다름 없다.
한국 국방비에 따라 올랐던 11차 SMA 기간(2020~2025년) 중 분담금은 연평균 4.3% 증가했다. 이를 적용한 총액 증가율은 6.2%다.
CPI로 기준이 바뀌면 12차 기간 총액 증가율은 연간 2% 후반~3% 중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켰을 때의 추정치인 4~5%대보다 낮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2025년 CPI 2.0% 증가를 가정하면 2027년에 1조5496억원, 2028년 1조5806억원, 2029년 1조6122억원, 2030년 1조6444억원의 분담금을 각각 내게 된다.
11차 SMA 기간 약 3639억원 인상됐지만, 12차 SMA에서는 1252억원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인상률 상한인 5%를 적용해도 최대 3274억원 늘어난다.
정부는 2%대 CPI 증가율 적용이 무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차 협상 사항 중 국방비 증가율 적용은 논리가 미약할 뿐 아니라 매년 한국에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우려가 커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협상에 임했다"면서 "분담금을 포함해 직·간접 비용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상당히 많이 내는 상황이나, 주한미군의 운용비 전체로 볼 때 (부담 비율이) 2분의 1에 못 미친다"고 전했다.
외교적 협상에서 선례가 갖는 영향력을 볼 때 11차 SMA의 기준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을 그었다는 평가다.
또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추가 항목을 논의하지 않은 것도 우리 측으로선 하나의 성과다. 정부는 애초에 주한미군 인건비·군사건설·군수지원 세 항목만 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못 박아 협상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는 핵협의그룹(NCG)을 꾸려 핵 기반 한미동맹으로 격상했고 이에 따라 전략자산 전개가 잦아지고 있다.
앞서 미 언론은 2018년 B-52, B-1B, B-2 등 미 공군 전략폭격기의 1시간당 운용 비용이 최소 5400만원에서 최대 1억30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5년 전 추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핵추진 항모 전단이 한반도로 한번 출동할 때마다 약 90억 원의 운용비가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미 전략자산 전개에 드는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에 대해선 현재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과거 트럼프 정부는 SMA 협상 국면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한반도 이외 지역의 미군 자산 정비 비용을 분담금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명문화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그간 괌이나 일본에 배치된 미 자산 정비 지원 용도로 방위비를 써온 관행이 있어왔고, 이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이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경우 이번 협상을 전면 부정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방위비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선방한 결과"라면서도 "일방적인 협상은 없기에 협정문의 디테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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