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다를까…수급추계위에 쏠린 의정 대화 가능성

기사등록 2024/10/02 11:53:25 최종수정 2024/10/02 14:28:17

의료계, "2025년 증원 백지화" 요구 희미

전공의 등 일각선 여전히 과거 입장 고수

"이 정도 했으면 의료계 돌아와야" 의견도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등 대화에 의료계 참석 촉구 및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 구성 방안 등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 앞서 생각하고 있는 모습. 2024.09.30.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공백이 8개월차에 접어든 가운데 의사 수급 추계 기구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 대화 물꼬가 트일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등 의료인력 수급을 추계하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한 단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보면, 전문위원을 13명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인으로 과반수가 된다.

예를 들어 의사 인력을 추계할 때 의사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명 들어가고, 환자·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단체 추천 인사가 3명,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가 3명 포함된다.

복지부가 지난달 30일 제시한 의사 관련 주요 공급자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한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등 10곳이다.

통상 정부 내 위원회의 경우 공정성 등을 고려해 특정 집단에 절반 이상의 구성원 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은 이례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수급추계 논의기구의 구성, 논의 의제 등에 있어 의료계와의 접점을 찾기위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검토했다"며 "의사단체를 비롯한 공급자 단체, 그리고 수요자 단체 및 관련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현장을 이탈하면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꾸준히 의료계에 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4월에 출범한 대통령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이번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당시 정부는 민간위원 20명 중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을 절반인 10명으로 구성한다고 했지만 2025학년도 정원은 조정할 수 없다고 해 의료계에서 불참했다.

9월 초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개입을 시도했으나 8개 단체가 공동 성명을 내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이번 인력수급추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발표한 9월30일 "내년도 의대 교육 파탄에 어떻게 대응할지 답을 달라", "2026학년도부턴 유예가 아닌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40일 여일 앞으로 다가온 점, 조 장관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점 등도 정부와 의료계 대화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꼽힌다.

의료계에서 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게 된다면 향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여야의정협의체에도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하는 등 여전히 일각에서는 2025학년도 정원을 포함한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정부는 의료계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면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 같다"며 "이 정도 됐으면 의료계도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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