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로 탄도 미사일 180기 공격
군 강경파 "헤즈볼라 공격에 대응해야" 설득
'온건' 페제시키안 "이스라엘에 휘말려선 안 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가 이란 수도에서 암살된 지 두 달여 만으로, 이란 내부에선 공격 감행을 놓고 내부에선 마지막 순간까지 격론이 오갔다.
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세 명의 이란 관료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군 지휘관들의 강력한 설득 끝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발표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밤 이스라엘을 향해 181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부분 요격됐으며, 일부는 학교 등에 떨어졌다.
익명의 이란 관료들은 미사일이 카라지, 케르만샤,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소재 IRGC 항공우주 기지에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계획에 정통한 IRGC 관계자 두 명은 이스라엘이나 최대 우방 미국이 반격할 경우에 대비해 서부 국경에서 미사일 수백 개를 추가 발사할 준비도 했다고 전했다.
IRGC도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작전에 대응하면 더 격렬한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공격이 있기까지 '강경파'인 군 관계자들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란이 강해 보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란 보수파들은 이란의 최대 '저항의 축'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조직력이 크게 약화되는 데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내 대리 세력들과 신뢰를 회복하고 이란이 약하다는 인식을 뒤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마스 하니야와 압박스 닐포루샨 IRGC 부사령관 사망에 대응하지 않은 게 오산이었다는 판단도 있다.
반면 최근 취임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온건파'였다. 이스라엘 의도대로 이란이 더 큰 분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은 전쟁에 반대하며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결국 군 수뇌부는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흐름을 바꾸거나 적어도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결론 내렸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설득해 공격을 단행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국장은 "이란의 일방적인 대응은 헤즈볼라가 무릎 꿇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어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이는 이란이 그 위험보다 무대응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고 계산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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