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은영 인턴 기자 = 태국에서 악어들이 대거 살처분되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홍수 피해가 이어지면서 악어가 농장에서 탈출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25일(현지시각) 태국 타이 PBS에 따르면 태국 북부 람푼에서 악어 농장을 운영하는 낫파탁 쿰카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7년간 함께해 온 악어 125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최근 슈퍼태풍 '야기'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부 지역은 홍수로 인한 피해액이 30억밧(약 12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쿰카드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벽이 전부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렵다"며 "악어가 강으로 빠져나가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며칠 동안 폭우가 계속되면서 쿰카드의 농장 울타리 일부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몸길이 3m에 달하는 샴악어 무리가 농장에서 탈출해 사람과 가축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쿰카드는 악어들이 더 탈출해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악어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약 700마리의 악어 중 탈출 위험이 있는 125마리를 도살했다.
당초 악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지자체 측에서 악어의 크기가 너무 크다며 임시 보호소 연결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사태 위험 탓이 연못을 수리할 수도 없었다.
쿰카드는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고,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게 더 나았다"며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키우던 악어들의 가치는 약 100만~150만밧(약 4069만~6103만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도살된 악어는 냉동 보관 후 가죽과 고기를 가공해 후에 판매할 예정이다.
쿰카드는 "내년에는 악어알을 수집하거나 번식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비 온 뒤에 하늘이 언제나 맑아질 것이라 믿는다. 태국에 더 심각한 비가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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