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F, '북부 화살' 작전…1600개 표적 공습
최소 492명 사망…2006년 이후 최대 규모
이스라엘, 공격 통한 헤즈볼라 후퇴 기대
전선 3개로 증가하나…"이스라엘에 재앙될 것"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에 2006년 만에 최대 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양측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기까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헤즈볼라를 후퇴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전면전이야말로 헤즈볼라에 유리한 상황일 수 있는 만큼 이스라엘이 '위험한 도박'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각) AP,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 표적물 약 1600개를 공격했으며,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이 '북부 화살'이라고 명명한 이번 공격엔 사거리가 수백 킬로미터인 순항미사일과 1000㎏ 탄두를 장착한 중거리 로켓, 최대 200㎞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로켓, 무장 무인항공기(드론) 등이 동원됐다.
표적 대상엔 헤즈볼라 군사 시설뿐만 아니라 무기가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최소 492명이 사망하고 1645명 넘게 다쳤다고 발표했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최악의 사상자 규모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북부 주민들의 귀환이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와 연대를 표방하며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공격해 왔다.
레바논 국경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의 주민들은 계속된 공격에 피란길에 올랐고, 전쟁이 일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로감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새로운 전쟁 목표로 공식 지정, 헤즈볼라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 군 본부 지하 지휘실에서 "헤즈볼라와 힘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고 언급, 방어를 넘어 헤즈볼라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공격을 피하려면 후퇴하라는 일종의 경고다.
이스라엘은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헤즈볼라가 조직과 민간인에 대한 추가 피해를 우려해 리타리강 이북으로 물러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휴대용 호출기 동시 폭파 사건으로 헤즈볼라의 취약점을 부각했고, 이를 계기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현재로선 지상전보단 공중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 그었다.
현재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만큼 전면전은 이스라엘에 부담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함께 서안지구에도 주기적으로 공습을 가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레바논과 전면전까지 벌어지면 동시에 세 전선에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헤즈볼라가 하마스보다 더 잘 훈련된 군대와 정교한 요새를 갖추고 있고, 장악 지역이 주로 산악지대인 점도 전면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차오른 만큼 전면전으로 전쟁이 확대되면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국민 정서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CNN은 "지치고 분열된 이스라엘군과 경험 많고 분노에 찬 헤즈볼라 간 전면전은 이스라엘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헤즈볼라가 잘하고 기다리는 게 바로 지상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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