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로 장기 기증자 관리에도 구멍
뇌사자 보호자 설득 및 뇌사자 관리 '빨간불'
50대 女, 의식 있었으나 이식 시기 놓쳐 사망
의료대란 반년 넘게 지속…정부 여론도 악화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지난달 심근경색으로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50대 여성 A씨는 심기능이 저하돼 에크모를 삽입하고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입원 당시 A씨는 보호자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명료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심장이 나오지 않았고 에크모 치료 1주일 후부터 점차 간 기능과 신장 기능이 악화, 기적적으로 심장이 나온 에크모 치료 2주께에는 간 기능이 매우 악화했다고 한다. A씨는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간부전으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또 다른 60대 남성도 지난달 급성 심근염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에크모 치료 3주께까지 심장이 나오지 않아 장기 이식을 기다리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과 전신 상태 악화로 사망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응급실 붕괴뿐만 아니라 장기 기증자 관리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시급을 다투는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이식의료기관의 간·신장·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의 이식 건수(뇌사·생체 기준)가 지난해 2~6월 1796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270건으로 526건(29%) 줄었다.
이식 수술이 줄면서 이식 대기 중 사망자도 늘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2~5월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101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42명)보다 71명(7.5%) 늘어난 수치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때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장기 이식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는 전공의의 의료 현장 이탈이 지목된다. 통상 뇌사자가 발생하면 뇌사자 등록부터 장기 기증이 이뤄질 때까지 짧게는 2~3일, 길게는 1주일 정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뇌사자의 장기 이식 등록을 위한 보호자 설득부터 뇌사자 관리까지의 대부분 업무를 도맡아 하던 전공의들이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기증자 관리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간이식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 초기에는 이런 업무들을 전문의 등이 나눠서 하며 어느 정도 공백을 메꿀 수 있었으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장기 기증 관리에 점점 구멍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교수는 "뇌사자의 경우엔 여러 호르몬과 신경학적 신호 교란으로 환자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이때 뇌사자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장기가 손상돼 장기기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일들을 거의 전공의들이 처리해 왔다"고 했다.
이어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장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 뇌사자 장기 기증의 수가 줄면서 이식 대기 중 전신 상태 악화 탓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뇌사추정자는 지난해 2~5월 946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957명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뇌사자는 늘었으나, 뇌사자 관리가 어려워져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반년 넘게 의료대란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긍정평가가 20%, 부정평가가 70%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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