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을때마다 눈치보는 HIV 환자들…"장기 주사제 필요"

기사등록 2024/09/12 06:01:00 최종수정 2024/09/12 08:58:56

국내 HIV 감염인 대상 조사 발표

"주변 사람이 감염 알까 두려워"

68%는 지속형 주사 치료제 원해

[서울=뉴시스]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은 최근 국내 HIV 감염인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HIV 치료제 인식'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러브포원 제공) 2024.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다른 사람이 감염 사실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당수 환우는 매일 먹지 않아도 되는 장기 지속형 주사 치료제의 도입을 원했다.

12일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에 따르면, 단체가 최근 국내 HIV 감염인 164명을 대상으로 'HIV 치료제 인식' 관련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더니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러브포원(LOVE4ONE)은 1999년 설립된 HIV 감염인 단체로, 64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HIV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체내에 HIV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HIV 감염인이라고 한다. 에이즈는 HIV가 사람 몸속에 침입한 후 면역세포를 파괴해 인체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HIV 감염인은 30대가 47.8%(78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40대 30%, 50대 13%, 20대 7%, 60대 2%가 뒤를 이었다.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복용 시 다른 사람의 시선과 HIV 감염 사실 노출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73%(119명)의 응답자가 HIV 치료제 복용 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주변 사람에게 HIV 감염 사실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고 답했다. HIV 치료제를 매일 복용할 때마다 HIV 감염 사실이 상기돼 우울감이나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는 응답도 51%에 달했다.

HIV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0에서 10점으로 평가해본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52%가 7점 이상으로 답했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높은 이유로는 치료제 복용으로 인한 노출에 대한 두려움, HIV 감염 사실 상기 등을 이유로 꼽았다.

HIV 감염인의 심리적 부담은 복약순응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HIV 감염인 응답자 중 46%가 최근 3개월 이내에 치료제 복용을 빼먹은 적 있다고 답했다. 치료제 복용을 빼먹은 이유로는 일상생활에서 복용하는 것을 깜박하거나 출장, 여행 및 외출로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복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러브포원 박광서 대표는 "바이러스 부하를 억제하기 위해선 HIV 치료제 복용법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많은 감염인이 감염 사실에 대한 노출 위험, 매일 복용, HIV 감염 사실 상기 등 불안·우울로 일상생활에서 복약순응도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선호도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8%가 장기 지속형 주사 치료제로 치료제를 변경하고 싶다고 답했다. 장기 지속형 주사 치료제로 변경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매일 치료제 복용에 대한 부담 완화(85%) ▲노출 최소화(75%) 순이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현재 치료제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옵션으로 고려한다는 걸 보여준다. ▲잘 모르겠다 ▲변경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각 26%, 6%였다.

박 대표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돼 HIV 치료 성과는 좋아지고 있지만, HIV 감염인은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차별과 낙인때문에 여전히 HIV 치료제 복용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다양한 치료제들이 빠르게 처방 현장에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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