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8차 파견 시작됐지만 곳곳에서 파행
교수들 30%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 안돼"
연휴 일주일 앞두고 추가 대책 잇따라 발표
[세종=뉴시스] 박영주 정유선 기자 = 정부가 인력 부족이 심한 병원 응급실에 군의관을 긴급 파견하고 있지만 현장 투입부터 차질을 빚는 데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추석 연휴 비상상황 대비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4일부터 군의관 8차 파견을 시작했다. 8차 파견 군의관 총 250명 중 15명은 의료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집중관리 대상 의료기관 5곳에 우선 배정했다. 병원별로 강원대병원 5명,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이 중 군의관들이 예정대로 근무를 시작하지 못한 사례들이 나왔다. 일부는 응급실 근무에 대해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채 현장에 배치된 탓이었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5일 군의관이 응급실 근무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채 출근했다가 이를 알고 기존 근무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에 배정된 군의관 3명도 6일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업무 부담을 이유로 기존 근무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나머지 병원 중에서도 즉시 근무에 차질을 빚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9일까지 추가로 235명을 병원 응급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인데,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에 파견되는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뿐이다.
정부는 파견 군의관의 조기 복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견 일정이 갑작스러워 개인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파견 군의관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을 거로 의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군의관들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해 근무할 수 있도록 국방부와 협의하고, 군의관 업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만들겠다고 했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5일 브리핑에서 "군의관 일부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 부분을 현장과 국방부와 다시 협의해 최대한 이분들이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참여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군의관들이 업무를 본다고 해도 숙련도가 떨어져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교수 217명에게 파견된 공보의·군의관이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물었더니 30.9%만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31.8%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머지는 파견을 받지 않은 경우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 환자 진료에 문제가 있는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병원장이 응급 또는 배후진료 등 필요한 기능 유지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사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 지원 운영 지침'에도 대체인력을 파견받는 의료기관장이 해당 인력의 구체적인 업무와 근무 상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장이 현장에서 판단해 응급실이 아닌 곳에 배치하는 경우 원래 있던 인력이 응급실에서 근무할 수 있으므로 군의관 파견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의관이 의료사고에 따른 책임 때문에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공보의와 군의관 과실에 의해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으며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한 바 있다.
청구당 2억원까지 보상 가능하도록 계약을 이미 완료했으며, 파견 인력 과실에 의해 배상 책임이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기부담금 2000만원을 책임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응급실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두 88곳으로, 평시인 2월 첫째 주(109곳)보다 21곳이나 줄었다.
다만 복지부는 "27개 중증·응급질환별 진료 가능 여부는 의료기관의 입력 정보를 토대로 하고 있어 실제 진료 가능 여부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5일에는 의료기관의 한시적 사정에 의한 정보 입력과 배후진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됐지만, 6일에는 진료 가능 기관 수가 101개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추석 연휴가 가까워지면서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거듭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엔 추석명절 비상응급대응 주간(9월11일~25일)을 지정해 당직 병의원 4000개 이상을 운영하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 가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일엔 전국 409개 응급실에 일대일로 전담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으며, 6일엔 연휴 기간 응급실 진료 후 수술·처치·마취 등 행위에 대한 수가를 기존 가산 150%에서 주간은 200%, 야간 및 휴일은 300%까지 가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응급·경증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률을 90% 인상하는 방안도 추석 연휴 때부터 적용될 수 있게끔 입법예고 후 규제 심사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5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재의 비상진료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며 관계 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응급의료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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