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월 반도체 매출, 전년비 40.1%↑…점유율 30%
생산 보조금 530억불로, 2년간 4000억불 투자 유치
美 견제에도 中 매출 성장 지속…韓 불통 튈까 우려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는 가운데 실제로도 큰 폭 반도체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 중국 역시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속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미중 반도체 시장 추이가 주목된다.
5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매달 집계하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 판매 금액은 지난 7월 513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8.7% 증가했다. 전달보다는 2.7% 늘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154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달 110억달러 대비 40.1% 증가했다. 전체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미국 반도체 판매 금액은 특히 5년 만에 중국을 앞질렀다. 중국 반도체 산업 매출은 같은 기간 127억4000만달러에서 152억3000만달러로 19.5% 증가했지만 미국의 성장세를 따라가진 못했다.
미국은 2032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량의 28% 생산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계속 유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책정한 생산 보조금만 530억달러(73조원)으로 현재 대부분 배정이 끝난 상태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반도체 과학법(일명 칩스법)' 2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취임 이후 기업들이 반도체 투자유치 성과가 3950억달러(536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존 노이퍼 SIA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 7월 전년 대비 상당한 성장을 이어갔고 월별 매출은 4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북미 시장이 특히 뚜렷한 성장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지속…공급과잉 우려도
미중 갈등 속에 급격히 성장한 미국 반도체 매출을 놓고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적극적인 산업 유치와 무역 통제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이르면 이달 중 메모리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반도체 과잉 생산 우려도 들린다.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 기업들은 레거시(구형) 공정에 집중하면서 생산능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 더 많은 성숙 공정 반도체 제조장비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기술 성숙도가 낮은 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 판매는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인 로듐 그룹(Rhodium Group)은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오는 2027년 세계 공급량의 40%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그동안 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온 대만,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의 반도체 판매 금액 역시 지난 7월 126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시설이 들어사면서 과잉 생산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인텔, 독일 인피니언 등 반도체 주요 업체들은 업황 악화와 재무 비용 부담 등으로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도 공급 과잉 논란에 직면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는 구형 D램 제품의 생산능력 확장을 지속하고 있어, D램 3사에 고민을 키우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생산을 늘릴수록 메모리 업계는 수익성 부진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입으로 레거시 제품 시장에서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줄어드는 수량 점유율을 만회하는 한편, 끊임 없는 기술 개발로 기술 격차를 늘려 고부가가치 영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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