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0.2%↓…6분기 만에 ‘역성장’
국민총소득 1.4%↓…11분기 만에 최대 낙폭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우리나라의 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하며 2023년 1분기부터 이어온 분기별 플러스 성장률이 깨졌다.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소득을 의미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도 11분기 만에 최대폭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2.8% 성장해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경제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금리 및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기업 투자 축소 악순환으로 내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기 침체 우려에 8월 소비자물가가 2.0%로 내려오고,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GDP, 6분기만에 '역성장'…GNI, 11분기래 최대 낙폭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 잠정치는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7월 속보치와 동일하다. GDP는 2022년 4분기 -0.4%로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보인 후 이듬해 1분기 0.4%로 반등해 5분기 연속 플러스를 이어간 바 있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1.2% 증가했고, 수입은 에너지류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6% 늘었다. 민간소비는 의류와 승용차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전기대비 0.2% 감소했고, 정부소비는 물건비를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1.7%, 설비투자는 1.2% 줄었다.
이 결과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지난 1분기 1.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낮아졌고, 정부 기여도는 0.1%포인트에서 0.0%포인트로 떨어졌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8%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낮아졌다.
민간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떨어졌고, 정부소비는 0.1%포인트로 1분기와 같았다. 건설투자는 0.5%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낮아졌고, 설비투자는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소폭 개선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내렸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전기 대비 1.4% 떨어졌다. 2021년 3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실질 GNI는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
◆1분기 깜짝성장 기저효과 작용…한은 "연간 2.4% 달성" 자신
한은은 2분기 역성장에 대해서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강창구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영향"이라면서 "내수는 예상대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조정됐고, 수출은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늘며 기여도는 마이너스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총소득 감소에 대해서는 기저효과와 함께 교역조건 악화를 거론했다. 강 부장은 "2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여건이 좋아졌지만 국제유가와 가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 여건이 더 안 좋아진 영향이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은 조사국이 8월 경제전망 당시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을 자신했다. 상반기 성장률 2.8%는 2022년 상반기(3.2%)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전망치는 3~4분기 각각 0.5~0.6%씩 기록하면 가능하다. 강 부장은 "연간 전망치 2.4%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보치와 잠정치가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추계 시 반영하지 못한 통계를 추가한 결과 설비투자(+0.9%포인트), 수출(+0.3%포인트), 수입(+0.4%포인트) 등이 상향 수정되고, 건설투자(-0.7%포인트), 정부소비(-0.1%포인트) 등이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박창현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수입은 에너지와 운송 설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감소했다"면서도 "2분기에는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했지만, 8월 수입 실적은 전년에 비해 플러스 전환했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하반기에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내수 부진에 가계빚 급등이 소비 제약…힘실리는 인하 주장
한은의 자신감에도 성장세 지속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후폭풍으로 내수 부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반등에 따른 소비 여력 축소와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조9115억원 늘며 201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소비자들의 8월 집값 전망은 2021년 10월 이후 34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내수 부진 우려도 여전하다.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에도 반도체 중심 수출에 내수로의 낙수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불확실한 미 대선에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도 내수 반등을 제약하는 요소다.
2분기 역성장과 국민총소득 감소에 기준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회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8월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인 2.0%를 기록하자 인하 요구는 더 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고 압박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실장은 "8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한은의 실기론을 거론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자 부담 증가와 세금 등에 따라 소비 여력이 줄어든데 다 건전 재정을 강조하다 보니 내수 부진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되 주택 가격 등은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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