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 된 에어매트 490여개…"전량 교체"
"완강기 관리점검 철저"…사용법 교육·홍보
스프링클러 설치 소급 적용은 '신중' 모드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소방청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35분께 부천 중동의 한 호텔 7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한 객실 에어컨에서 떨어진 전기불꽃(아크)이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불꽃이 침대 매트리스, 소파 등으로 튀면서 큰 불로 번졌고 이로 인한 유독가스가 호텔 건물 내부로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전체가 불길로 뒤덮이는 수준의 화마는 아니었으나, 불이 난 객실 문이 열려 있었던 탓에 유독가스가 새어 나가면서 투숙객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중 2명은 대피 과정에서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사망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소방청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소방안전 개선추진단'을 지난달 꾸려 종합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 이후 에어매트 운용, 숙박업소 스프링클러 미설치, 완강기 관리 등 주요 문제로 지적돼온 사항들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우선 소방청은 전국에 보유한 에어매트를 전수 점검해 노후화한 제품은 교체하기로 했다.
부천 호텔 화재 때 사용된 에어매트는 2006년에 생산돼 18년이 지난 제품이다. 해당 에어매트의 내구연한은 7년이지만 소방 당국은 해당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구연한이 지난 에어매트는 전량 교체하고 에어매트에 대해 '최장 사용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용연한이 지난 에어매트는 지금까지 전국에 490여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에어매트 표준 매뉴얼도 마련한다. 현재 소방 표준작전절차(SOP)에 에어매트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제조사마다 사용법이 제각각이며 표준화된 매뉴얼은 없는 실정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공통 매뉴얼을 조속히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를 돕는 '완강기' 관리 점검 문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해당 호텔에는 완강기가 설치돼있었지만 화재 때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부천 화재 현장의 완강기는 김치통에 담겨 있었다"며 "밖에서 볼 때 '완강기'라는 게 분명하게 보여야 되고 사용설명서가 나와 있어야 되는 게 기본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또 해당 호텔에 설치된 완강기는 9m 높이용으로, 불이 난 객실(7층·21m)에는 애초 사용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연도도 2004년으로 20년이 지난 제품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에어매트보다 완강기를 통한 탈출이 더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완강기 사용법을 모르거나 설치된 장소를 모르는 국민들도 많다. 화재 때 완강기 중요성을 간과하고 이를 다른 물건으로 덮어두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방청은 완강기 관리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완강기 사용법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 적용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민 중이다.
지난 2018년부터 지상 6층 이상 건물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소방시설법이 개정됐지만, 법 개정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부천 화재의 경우에도 불이 난 호텔은 2004년에 준공된 건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모든 숙박업소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강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에 취약한 건물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소급 적용 대상을 선별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정부가 일부 보조하는 식이다. 이 경우 국고 투입이 불가피해 예산 당국,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 소급 적용은 여러 부처와 관련돼있어 협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회의 등을 통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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