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앞 피켓 들고 시위…"당직 근무수당 현실화 촉구"
'전투 모병제'와 '비전투 징병제' 혼합한 프로세스 제안
"여성들에게도 구급법, 구조법 등 군 관련 교육 제공해야"
"채해병·12사단 훈련병 사건 모두 책임지는 사람 없었다"
"앞으로도 군인들의 처우 개선 위해 노력할 것" 행보 예고
[서울=뉴시스] 구지윤 리포터 =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다년간 군 생활을 했던 김상호는 "(예전과 군이)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곧장 '책임의 부재'를 꼽았다. 또 최근 벌어진 참담한 군 사건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이 모든 건)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사건 중 하나인 '12사단 훈련병 사건'은 한 훈련생이 얼차려를 받는 과정에서 사망해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이다. 김상호는 "중대장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곧바로 사죄하면서 관리 감독이 소홀했음을 인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책임과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 역시 거리로 나서서 피켓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는데. 김상호는 "초기 정보 전달 콘텐츠 위주에서 풍자, 비판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힘을 싣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직 근무비 1인 시위'를 답변으로 꼽았다.
지난 2022년 김상호는 국방부 앞에서 '당직 근무수당 현실화 촉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그는 "최소한 우리 군인들 당직 근무 서는데 1만 원, 2만 원은 너무하지 않나. 밥값, 차비 내면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경우도 있다"며 거리에 나가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당직 근무비 시위를 시작으로 김상호는 병영 생활부터 국방 정책까지 여러 종류의 담론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군사학과 교수를 초빙해 징병제, 모병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호에게 대한민국의 징병제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한민국은 현재 '징병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그 필요성과 별개로 (징병제는) 끔찍하다"는 게 그의 솔직한 의견이다.
그는 "사실 나는 징병 자체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징병제의 폐해로 군에 와서 생을 달리하는 친구들 정말 많이 보지 않았나"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 한반도 상황에서는 징병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전투 모병제와 비전투 징병제를 혼합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전투 병과에 지원한 이들에게 충분히 그에 걸맞은 수당과 혜택을 주는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체력적으로 전투 병과에 적합하지 않은 인적 자원은 비전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비전투 분야에는 여성들도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징병과 관련한 질문에는 "우선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능력치는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군 내에서 여군과 남군을 활용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김상호는 "안타깝지만 여군의 체력 기준은 남군을 기준으로 3급 수준이다. 전투원이 아닌 남성 군무원보다도 체력 기준이 낮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여 "아직 우리 군은 여성 징병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차라리 지금은 군에 있는 친구들에게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징병의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여성 징병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라고 짚었다. 간단한 구급법부터 대피소 위치 파악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앞으로도 우리 군인들의 처우 개선 관련한 문제점을 계속 다룰 예정이다"라며 자신의 행보를 예고했다. 또한 앞으로도 군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처음 행동한 건 국방부 앞 당직 근무비 1인 시위"
-초기의 정보 전달 콘텐츠에서 군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로 방향을 바꾼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 건 당직 근무비 때문이었어요. 이거 때문에 국방부 앞에서 당직 근무비 1인 시위를 한번 했거든요. 최소한 우리 군인들 당직 근무 쓰는데 1만 원(평일), 2만 원(주말)은 더 너무하지 않냐는 거죠. 밥값, 차비 내면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사람도 없어서 임무는 더 가중되고 있고요.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당직 근무자가 밥값을 내지 않게 하는 방법은) 되게 심플해요. 그러니까 식수(식사) 인원에 애초에 당직 근무자를 포함해서 3인분을 더 만들면 되는 거예요. 군부대 100인분에 3인분 추가. 이게 안 되면 남은 거 줘도 돼요."
◆"전투 모병제와 비전투 징병제 혼합…전투 병과는 수당과 혜택 줘야"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실행하고 있잖아요. 모병제와 징병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징병' 자체를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징병제의 폐해로 군에 와서 생을 달리하는 친구들 정말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물론 저는 장교로 원해서 갔지만 누군가에게는 (징병이) 정말 끔찍한 지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하지만 지금 한반도 상황에서는 징병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전투 모병제'와 '비전투 징병제'를 혼합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투 모병제'와 '비전투 징병제'에 관한 생각을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전투가 가능한 친구들은 지금과 똑같이 근무 계열을 두면 되고요. 비전투로 가는 친구들은 공익 요원 같은 일을 하는 거죠. 군부대 안에서 군수물자, 탄약 적재 이런 비전투 분야에 인원들이 엄청 많이 필요하거든요. 또 그런 비전투 분야에는 여성들도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리고 GOP나 GP처럼 실제로 전투하는 인원에게는 (돈을) 많이 주는 거예요."
-해당 프로세스가 실행된다면, 한쪽으로 인원이 몰릴 가능성은 없을까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수당과 혜택의 개념으로 바꿔 줘야죠. 전투병과에 있는 군인들은 무시험 입학제로 국립대학교에 입학을 시켜준다든가, 아니면 대학교 등록금을 전역 후에 지급해 주는 거예요. 아니면 자동차 구매할 때 취득세를 면제해 주겠다, 이런 세금 혜택들을 파격적으로 주는 거죠."
"그리고 또 제안하는 게 '병장의 간부화'예요. 병장들은 2인 1실이나 3인 1실로 바꿔주고 거기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겁니다. 퇴근 후에는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거죠. 퇴근 후에 온전한 삶을 생활관에서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주말에는 외출, 외박을 자유롭게 해주고요. 그러면서 병장도 당직 사관을 쓸 수 있게끔 부대를 지킬 수 있는 직책을 주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아무나 병장을 주는 게 아니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겠죠. 병장의 간부화, 이것의 핵심은 병장들이 간부의 경험을 비슷하게 해보면서 군 생활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는 거예요."
-관련 영상에서 '김상호는 장교 출신이니까 병사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죠. 병사들은 200만 원 줘도 안 오죠. 징병 자체가 끔찍하잖아요.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말자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의 의견은 충분히 공감하는데, 제 말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제도 안에서 예산을 크게 반영하지 않고 개선할 방안(간부화)이 있다는 거예요. '병사가 뭐가 힘들어? 간부가 더 힘들거든' 그런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봤을 때 침대 좋은 거 보급해 주고, 인터넷도 하게 해 주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자는 거예요."
◆"여성들에게도 군 관련 교육·경험 필요"
-여성은 직업 군인으로만 군대를 갈 수 있잖아요. 일반 남성 군인이랑 비교해 봤을 때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우리는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해야 해요. 전투 병과 같은 경우는 여군이 (일반 남성 군인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남군과 동등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든요. 안타깝지만 여군의 체력 기준은 남군을 기준으로 3급 수준입니다. 전투원이 아닌 남성 군무원보다도 체력 기준이 낮아요. 그리고 모든 전쟁 국가에서는 여군들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그게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거죠. 하지만 비전투 병과에는 여군이 들어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싸우는 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도)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여성 징병이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여성 징병과 관련해) 이런 표현 하면 좀 그럴 수 있는데, 대한민국 군대는 여성을 징병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지금 여군들이 10%도 안 되는데 이 여군들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시설물, 투자, 규정 다 미흡합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 여자를 징병하자고 하면 저는 다 망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차라리 그 돈으로 차라리 제도 개선부터 하고 여성들에게도 개방을 하자는 생각이예요."
-나중에는 가능할까요?
"그래도 (여성 징병이) 나중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여성 징병을 하기 전에 교육이 좀 필요합니다. 학생 때부터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 국가라는 걸 먼저 인식을 시켜줘야겠죠. 그리고 옛날 교련 수업만큼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구급법부터 대피소 위치 같은 걸 알려줘야 해요. 그러면서 군인들이 경험하는 훈련들도 한 번씩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몇몇 친구들이 저한테 '그럼 남자는 준비를 다 하고 (군대에) 들어갔냐', 그런 말 하거든요.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인데 지금 당장 '여성을 내일부터 징병하겠습니다' 이러면 군대 안 돌아갑니다. 대한민국은 혼돈의 사회가 될 거예요. (그럴 바에는) 그 돈으로 지금 군에 있는 친구들에게 투자하는 게 낫죠. 그리고 여성들에게도 구조법, 구급법 같이 전시에 동원돼서 할 수 있는 거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할 거고요."
◆"최근 발생한 군 문제들…책임지는 사람 없었다"
-최근 12사단 훈련병 사건, 채해병 사건처럼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게 된 사건들이 있었죠. 군인으로서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채해병 사건도 그렇고 12사단 사건도 중대장이 깔끔하게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고 처리했으면 이렇게 크게 번질 일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 휴가를 가버리고 시간이 늦어지고 번복하고. 만약에 중대장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무릎 꿇고 사죄하면서 '제가 관리 감독이 소홀했습니다' 했으면 (좋았겠죠). 그러고 나서 법정에서는 '그건 다 인정은 하지만 제가 이 부분은 좀 곧 수정해야 할 게 있다. 이 부분은 진실이 이거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예요. 다들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시대가 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군인들의 처우 개선 위해 노력할 것"
-지난 대선때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 특보로 임명되셔서 활동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활동이라기보단 그냥 누가 임명장 준 겁니다. 그때 아이디어 내라고 해서 몇 개 냈는데 하나도 안 들어줬고요. 그러니까 (그 임명장은) 자기편 만들려고 임명장 남발했던 거지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재명 편인데 윤석열 욕하면 또 사람들 난리 치니까. (임명장 받아서) 같은 편인데 욕하면 좀 덜하잖아요. 약간 사상 검증용이죠."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다뤘던 군대 내 이슈들과 관련해서 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일단 우리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취임하셨을 때 군인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연평해전 행사 같은 군 관련 행사에 참석도 하시고 국가유공자 어르신들 찾아뵈시기도 하셨고요. 그러한 부분은 박수 쳐드려야 할 부분이지만 그건 정말 보여지는 거라는 거죠. 과연 전 정권과의 쇼잉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요? 해병대도 방문하시면서 해병대 대원들하고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단 말이에요. 그 이면에는 해병대 대원들이 그 낡아 빠진, 녹물 나오는 숙소에서 살고, 그런 현실을 대통령이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군인들의 이렇게 어두운 면을 봐야 바꿀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의 대통령님께서는 주변에 있는 간신배들을 빨리 처단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직접 그 이면을 더 들여다보셔야 해요. 그런 말씀을 좀 드리고 싶고, 주변에 있는 육사 출신 장군들을 너무 믿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듣게 되면 현실을 모르실 것 같아요."
-캡틴 김상호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활동한 지가 벌써 5년이 됐는데요. 구독자 수가 30만 명을 넘겼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우리 군인들의 처우 개선 관련한 문제점을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저를 중립적으로 안 보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딱 하나, 군대와 관련해서는 군인들을 위한 생각만 하니까요. 그 부분은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군인들 처우 개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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