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 불안에…정부 "9월초 대책 마련"

기사등록 2024/08/07 09:00:00 최종수정 2024/08/07 11:12:53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 확충…소방시설 규정 보완

"지하주차장 내 충전기 철거해야" 주장에는 난색

이르면 9월 초 범부처 화재 예방 대책 발표할 듯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140여대로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은 40여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그을림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02.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잇따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와 소방청 등 관계 부처들은 9월 초 발표를 목표로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재발 방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고 주민 120여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종은 벤츠 전기차 EQE350으로 여기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가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전날에는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에서 주차 중이던 기아 전기차에 불이 붙는 사고도 났다.

잇따른 사고들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일부 아파트에서는 지하 내 전기차 주차를 제한하고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를 일으키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어 진압이 어렵고 특히 폐쇄된 지하주차장에서는 화재 피해가 극대화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들은 이번 인천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화재를 막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를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전기차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장비는 질식소화덮개,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등이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질식소화덮개는 현재 722개, 이동식 수조는 202개, 방사장치는 1505개 보유하고 있는데, 소방청은 올해 총 166개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질식소화덮개(108개), 이동식 수조(94개), 방사장치(264개)를 확충한다.

지하주차장 안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설비 규정도 살펴볼 방침이다.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한 점을 고려해,  관련 규정의 미비점은 없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행 소방시설법은 지상 6층 이상 규모로 건축된 업무시설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18년 이후 지어진 건물에 한해 적용하고 있어 구축 건물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는 의무화돼있지 않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소방시설 관리 미흡에 대한 처벌 규정도 있긴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소방시설 관련 규정 중 미흡한 사항을 살펴보고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강릉소방서가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강릉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기차 충전기 설치 깊이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한국전기설비규정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전기설비규정을 개정해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지하주차장 3층 이내 두도록 제한했다. 이는 새로 지어진 건물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기존 충전기를 옮길 필요는 없다.

정부는 화재 진압 가능성을 고려해 설치 제한 층수를 '지하 3층'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충전시설 설치를 지하 1층 또는 지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충전기 설치 깊이를 다시 설정하는 방안도 살피기로 했다. 규정을 꼭 고치지 않더라도 전기차 충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층수 이상부터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시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024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서 배터리 불량 상태 등 차량 상태 전반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차량정보수집장치(OBD)를 탑재할 경우 배터리안전보조금을 20만원 추가 지급하도록 했다.

충전시설의 경우 급속충전기보다 완속충전기가 화재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과충전 방지 기능이 있는 전력선통신(PLC)모뎀을 탑재한 완속충전기에 대해 40만원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추가 지급하고 있다. 급속충전기는 80% 정도 충전되면 중단되지만 완속충전기는 100%까지 충전할 수 있어 과충전 위험이 높다.

이처럼 화재 예방성이 높은 전기차와 충전기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 차등 기준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진입 금지나 충전기 지상 이전과 같은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이 지상주차장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전기차 차주들에게 지상 주차를 강제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는 계속 늘어나는데, 아파트 내 지상주차장은 많지 않다”며 “또 이번 화재의 원인은 충전기가 아닌 전기차 배터리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느냐, 안 옮기느냐는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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