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판매업자 관련 법 없어…자율규제만
野, 온플법 4건 발의…"필요성 보여준 사례"
공정위 "대책 검토 중…플랫폼법과는 달라"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온라인플랫폼법이 다시 주목받는다. 이번 사태가 플랫폼 중개업자와 판매업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5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에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에관한법률안(온플법)이 4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근·민형배·박주민·오기형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으나 플랫폼 업계 반발 등으로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만약 플랫폼 업체와 판매자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온플법이 제정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법 체계상 플랫폼 업체와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사이를 규율하는 법이 미비해,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규제 형태로 플랫폼 업체와 판매자 사이를 규율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는데, 티몬과 위메프도 함께 참여했다.
당시 자율규제 방안에는 대금정산 주기 및 절차를 계약서에 포함하고 계약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제한·중지하려는 경우 사전에 이유와 내용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를 자회사로 둔 큐텐은 정산주기를 기존 1주일에서 1개월로 늘린 뒤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산주기가 길어지게 되면, 정산에 쓰여야 할 자금을 다른 데 이용할 가능성이 커져 판매대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티몬과 위메프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온플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온플법을 통해 정산 주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온플법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 거래조건 협의 제도 및 분쟁조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판매업체들이 수수료나 정산주기 같은 것을 플랫폼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온플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례만 봐도 자율협상만 하다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며 "온플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은 기본적으로 플랫폼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안"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온플법을 통해 이번 문제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플랫폼법은 온플법과 달리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온플법이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플랫폼법은 플랫폼 사이의 경쟁에 있어서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에스크로제 도입과 정산 주기 단축이 주로 제기되고 있지 않느냐"며 "이를 온플법에 넣을지, 전자금융거래법이나 공정위 소관 법령에 넣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에서 주로 추진하고 있는 온플법과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별개의 법안"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