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도 적힌 견공의 활약'…韓 최초 방화탐지견 '폴리' 은퇴

기사등록 2024/08/01 16:58:03 최종수정 2024/08/01 20:14:52

4년여간 22건 현장 투입, 15건 인화성물질 탐지

포천 화재사건에서 방화범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

1년간 마약탐지견으로도 활동…지난 4월 민간에 분양

[의정부=뉴시스] 국내 최초 경찰 방화탐지견 '폴리'.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2024.08.01 photo@newsis.com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각종 화재와 마약범죄 현장을 누비며 4년여간 활동한 국내 최초 경찰 방화탐지견 '폴리'가 은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방화탐지견이자 마약탐지견으로 활약해 온 폴리가 모든 임무를 마치고 지난 4월 민간에 분양됐다.

폴리는 남양주 오남 소재 노부부에서 무상으로 분양돼 제2의 견생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생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폴리는 국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찰 방화탐지견으로 3년여간 활약하다 지난해 2월부터는 집중 훈련을 받고 마약탐지견으로도 1년간 활동했다.

폴리는 지금까지 총 22건의 현장에 투입 돼 15건의 인화성물질을 탐지하며 맹활약했다.

지난 2020년 포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폴리가 인지 반응을 보인 곳에서 등유가 확인 돼 방화범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폴리의 활약상은 해당 사건의 판결문에도 기재될 정도였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실험에서도 검출하기 어려운 75%가 증발된 휘발유 0.2㎖ 등 극소량의 인화성 물질에도 반응을 나타내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4월 마약탐지견으로 첫 출동했던 동두천시의 한 마약판매상 차량 안에서 필로폰 투약에 쓰였던 빈 주사기와 필로폰 10g을 순식간에 찾아내기도 했다.

[의정부=뉴시스] 화재현장에서 탐지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방화탐지견 '폴리'.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전경) 2024.08.01 photo@newsis.com
폴리를 처음부터 교육하고 함께 현장을 누볐던 핸들러 최영진 경위는 폴리가 뛰어난 후각 능력과 침착한 성격을 가진 탐지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경위는 "화재 현장의 경우 내부가 불에 타고, 물로 진화 작업을 벌이기 때문에 인화성 물질을 찾아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데, 폴리는 어렸을 때부터 침착한 성격에 굉장히 섬세한 후각능력을 지녔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폴리가 그동안 많은 현장에서 활약했으나 화재현장 탐지는 스트레스 정도가 높고 건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은퇴를 결정했다.

민간에 분양된 폴리는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노부부와 살고 있으며, 경찰은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폴리의 건강과 관리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폴리의 뒤를 이을 방화탐지견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유일무이했던 폴리의 활약으로 화재 현장에서 방화탐지견 역할의 중요성이 증명됐다고 보고 폴리를 이을 탐지견 육성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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