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돌 지난 아이 놔두고…화장실에 4시간 갇힌 父 '패닉'

기사등록 2024/07/21 00:00:00 최종수정 2024/07/21 20:51:13

A씨 "호흡 가빠오며 어지러워 패닉 상태"

[서울=뉴시스]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오늘 겪은 일…화장실 갇힘 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보배드림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인선 인턴 기자 = 돌 지난 아이를 거실에 둔 채 문이 고장 난 화장실에 4시간 넘게 갇혀있다가 구조된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오늘 겪은 일…화장실 갇힘 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제 막 돌 지난 딸내미를 키우는 평범한 30대 아빠다. 아이를 거실에 두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아이가 울어서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주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볼일을 보고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잘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콧방귀를 끼었다. 체육 전공에 운동을 열심히 한 나름 건장한 남성이기에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문 부수고 나가야지' 하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A씨는 안방 화장실이 굉장히 좁고 창문도 없어서 숨 쉬는 것이 불편했다. 꼭대기 층에 살고 있어서 배수로에 소리치기도 했다.

그는 "몇 번 악을 쓰니 땀도 나고 호흡이 가빠오는데 군대에서 방독면 쓴 것처럼 산소가 부족해서 어지러웠다"며 "속으로 계속 '패닉이 오면 안 된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방법을 써서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온몸에 땀이 나고, 숨도 안 쉬어지고, 거실에는 애기가 계속 울고 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변기 위에 올라가서 체중을 실어서 문을 세게 차봐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갇힌 지는 4시간이 되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집 CCTV를 자주 확인하던 아내는 아이가 몇 시간 동안 울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 결국 점심시간에 집으로 왔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갇혀있었고 아이는 기진맥진인 상태였다"며 "결국 119 불러서 문 부수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드나드는 화장실에 설마 갇히겠어? 갇혀도 문 부수고 나오자' 하는 안일한 생각을 다들 조심하셔라. 꼭 화장실 가실 때는 핸드폰이라도 들고 가시고 비상 연장 구비해두세요"라고 조언을 건넸다.
 
A씨는 "화장실은 방이나 거실처럼 산소가 많지 않아 호흡도 힘들고 패닉이 왔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몇분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A씨 사연처럼 화장실이나 방에 갇히는 사고는 의외로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갇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고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좋다.

불편하더라도 휴대폰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져가거나 십자드라이버 같은 도구를 미리 비치해 두는 것도 비상시 도움이 된다. 혼자 산다면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지 않거나 잠그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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