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중 여론조사서 우위 유지
한 "변화·승리 기반 만들라는 민심…분열한 모습 보일 시간 없다"
원, 정책 선거 전환 하루 만에 다시 공세…"한, 총선 고의 패배"
나, 결선투표 역전 도모…"한·원 누가 되더라도 당 파탄 불가피"
윤 "총선백서 빨리 발간해서 전대서 토론해야…한, 직접 말해야"
[서울=뉴시스] 이재우 하지현 한은진 한재혁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한동훈 후보의 우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남은 기간 반전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보낸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 의향'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를 여전히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3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1074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후보 45%, 원희룡 후보 11%, 나경원 후보 8%, 윤상현 후보 1% 등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다. 이어 원 후보 14%, 나 후보 9% 등 순이다. 무당층에서는 한 후보가 14%, 나 후보와 원 후보가 각각 5%를 기록했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은 74%였다.
한 후보는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민심을 대단히 두렵게 생각하고 이 당의 변화,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 기반을 만들라는 민심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우리는 분열한 모습을 보일 시간이 없다"며 "저라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 아니냐. 제가 그렇게 하겠다. 제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총선 고의 패배'를 거론한 것을 두고 "어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무서워서 마타도어, 네거티브 안 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굉장한 태세전환이다. 오늘 아침부터 다시 마타도어를 시작했다.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후보 측은 뉴시스에 "원 후보는 9일 토론회에서 (네거티브) 안하겠다고 해놓고 또 그랬다"며 "네거티브에 무대응할 수는 없고 필요한 최소한의 대응만 하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의 우세 분위기가 계속되자 나·원·윤 후보는 막판 뒤집기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선관위 권고에 선제적으로 호응해 문자 논란과 비례대표 사천 의혹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힌지 하루 만에 '최소한의 정당 방위'를 주장하며 다시금 한 후보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그는 10일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대통령실 쪽은 다 배제된 상태에서 한 후보가 폐쇄적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했다"며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뜻)'가 많이 있었다. 선거가 끝난 뒤 취합해보니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합동연설회 직후에는 한 위원장을 향해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도 날을 세웠다.
다만 원 후보 측은 "(후보가) 정당방위 내지는 반론권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후보 보좌진이 한 후보 가족 비방 영상을 퍼나르고 있다'는 한 후보 측 주장을 언급하면서 "후보가 공격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참고 있다"고도 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는 물론 원 후보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그는 한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원 후보 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하면서 결선투표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는 이날 합동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태정치하고 손 잡은 분들은 빨리 손절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더 이상 외부세력이나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전당대회여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는 원·한 후보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같은날 페이스북에 "결승전에 나가야 할 선수는 나경원이다. 전당대회는 결국 2차 결선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동훈-원희룡 두 후보, 누가 되더라도 이 당은 파탄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후보도 한·원 후보를 모두 비판하고 있다. 그는 합동토론회에서 "줄 세우고 계보정치하고 오더정치하는게 우리 당의 썩은 기득권"이라며 "우리 당의 썩은 기득권을 폭파시키겠다. 저 같은 언더독과 함께 할 때 혁명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합동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공식 총선 패배 원인 규명 작업이 없으니 문자 논란이 있는 것이다. 계속 있을 것"이라며 "총선 백서를 발간하는 게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그걸 가지고 전당대회에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당 총선백서특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과거 허물에 대해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미래가 없다. 한 후보가 직접 말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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