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 지역 상인들 "딱히 대책 없어 답답"
일부 빗물받이, 담배꽁초 여전
[서울=뉴시스] 신항섭 우지은 기자 =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미 4번의 침수 피해를 봤다. 그냥 피해를 보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 그저 비가 적게 오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8일 오후를 시작으로 중부지방에 본격적인 강우가 시작되자 강남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70대 박모 씨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박 씨의 부동산은 강남역 상습 침수 구역인 대로에 소재한 상가 건물 1층이다. 인근 아파트의 재건축 이슈가 있으나 벌써 4번의 침수 피해를 경험했다.
그는 "1992년에 경험했고, 우면산 사태 때와 지난 2022년에 큰 침수 피해를 봤다. 2년 전에는 거의 무릎까지 물이 찼는데, 책상과 의자가 젖어 큰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8일부터 중부지방에 최대 120㎜의 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30~80㎜(많은 곳 경기남부 120㎜ 이상)이다.
이에 강남역 일대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상습 침수 구역에 꼽힌다. 2년 전인 지난 2022년 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모 씨는 2년 전 당시 상황에 대해 "가슴까지 물이 잠겼다. 약 1.5m 정도 였다"면서 "고기 다 물에 젖어서 버렸고, 기계도 침수로 인해 흙이 남아서 피해를 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리)하는데 1억1000만원 들었는데, 건물보상비로는 2900만원 받았다. 6개월 동안 장사를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 물막이판이 있었는데 터졌다"고 "비가 200㎜ 온다고 하면 다시 잠길까봐 스트레스 부터 받는다"고 했다.
상인들은 2년전 경험 이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물막이판을 설치하거나 강화한 곳이 늘어났으며 일부 상가는 모래주머니도 구비해 배치했다.
마트를 운영 중인 서 씨는 "우면산 사태 이후 물막이판을 발목 높이까지 오는 것으로 설치했는데 2년전 결국 침수됐다"면서 "그때 이후 사람 키를 훌쩍 넘는 2m가 넘는 물막이판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재직 중인 회사원들도 침수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강남역 인근 회사에서 근무 중인 30대 홍모 씨는 이날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그는 "2년 전 회사 인근 도로가 거의 잠기고 난 뒤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 직원들이 건물 내부에 있는 식당을 방문하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2년전 침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강남역 일대 빗물받이 일부에는 담배꽁초가 차고 있었다. 서초구가 지속적으로 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나 점심 식사 이후 담배꽁초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대책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대심도 터널은 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가 내릴 시 빗물을 보관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박 씨는 "침수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대책으로 나온 것이 대심도 터널인데 강남역 일대에 2호선, 3호선, 7호선 등 지하철만 3개 이상"이라며 "지하를 뚫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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