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고려대의료원, 무기한 자율 휴진
서울아산, 중증·응급 등 중심 진료 재조정
올특위 26일 전국 토론회 하루 휴진 전망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른바 '빅5'인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휴진 여부를 교수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무기한 휴진(응급·중환자 등 제외)에 들어간 데 이어 울산대 의대 소속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지난 4일부터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주로 보는 자율적인 진료 재조정에 나섰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12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닷새 만에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 후 의대 교수들의 휴진 움직임은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서울병원 등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과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휴진을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휴진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고, 응급·중증 환자 등 필수유지 업무를 제외한 휴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차가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정이 다섯 달째 사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의료계의 휴진 움직임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의대 증원 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고 "전체 교수의 뜻을 반영해 기한이 없는 휴진을 현재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했다"면서 "정부는 전문가인 의료계의 문제 의식에 귀를 기울이고, 시늉 뿐인 대화를 진정한 소통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는 다각적인 해결책과 중안을 정부에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의료계에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했다"면서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하고, 전공의 사직 처리에 대한 억압을 철회해달라.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 수용하고 전공의와 대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울산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대로 가면 폐암의 회피 가능 사망률(효과적인 보건 정책 및 의료 서비스를 통해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사망)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다른 중증 질환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장 사망률이 높은 폐암의 경우 서울아산병원에서 2021년 3200여 명을 환자로 등록 보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6개월 동안 1100여 명을 진단·치료하는 데 그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같은 날 개원의·의대교수 등 전체 직역 의사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지역별로 열리는 전국 토론회라는 점에서 일부 교수들과 개원의 등은 하루 휴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의정 갈등의 불길이 '의학 교육 평가·인증 부실 논란'으로 번지면서 사태 해결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의대의 의학 교육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급격한 의대 증원에 따른 의학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역량있는 의사 배출에 꼭 필요한 양질의 의학 교육을 위해 "의평원을 압박해 의학교육 평가의 중립성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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