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과 어려운 사정 있다는 취지로 기억" 반박
나 "당원··국민··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촉구
원 "총선 승리 망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 비판
윤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 공격
[서울=뉴시스]한은진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두고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5일 집중 공세를 펼쳤다. 이에 한 후보가 정면 반박하면서 전당대회 핫이슈로 떠올라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 의혹은 지난 총선 당시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김 여사가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 등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문자를 했지만, 한 후보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후보 측은 이런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고 전했다.
한 후보는 '사사건건'에서 "실제로는 (문자 내용이) 사과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또 "이 이슈를 자꾸 키우려는 세력이 있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게 타격을 입히고 상처를 주고,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정면 반박했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부분을 집중 공격했다. 용산발 리스크로 총선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어야 한다는 취지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 한 후보자 간의 연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한 후보의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나"라며 "공적·사적 (관계를)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공적·사적 관계를 들이대더니 이번에도 또 그렇게 했다"며 "세 분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는 "결국에는 신뢰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사랑한다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당도 살리고 윤석열 정부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심사숙고 해주시기 바란다"며" 그것이 지금 우리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간 반면 나머지 후보는 발언 수위를 높여 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영부인의 사과를 묵살함으로써 불리한 선거를 반전시키고 변곡점을 만들 결정적인 시기를 놓친 것은 승리를 망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이런 내용이 담긴 총선백서 바로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김 여사와 차별화를 하려고 그런 게 아닌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5번의 문자를 통해 본인의 사과 의사를 전했는데 씹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나 후보는 당권주자 간 비방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가 비전을 보여야 하는데 격해지고 진흙탕처럼 됐다"며 "(이 문제가)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의도가 있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우리 스스로 디스하고 자해하는 전당대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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