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도 똑같은 시민…군인권 상황 심각 선제적 조치해야"[인터뷰]

기사등록 2024/07/06 06:00:00 최종수정 2024/07/16 09:13:21

'초대 군인권보호관' 박찬운 한양대 교수 인터뷰

"군인은 '군복 입은 시민'…군인권보호관 나서야"

"파열음 없도록 '상임위원' 임명 절차는 신중히"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초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0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지금도 군대 내에서 여러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군인권보호관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먼저 나서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죠.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활동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군대 내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 이후 '군대 내 인권보호'를 위한 지난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끝에 지난 2022년 7월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도입됐다. '윤 일병 사건' 이후 8년 만이었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군대 내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 사망사고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초대 군인권보호관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교수는 "군인을 '군복 입은 시민'이라 생각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3일 전(前) 인권위 상임위원이자 초대 군인권보호관으로 일했던 박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인권위 상임위원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2월5일까지 군인권보호관으로서 관련 진정 사건을 처리해 왔다.

군인권보호관으로 일하는 7개월 동안 박 교수가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군인권보호관' 시스템에 관한 문제였다. 애초 군인권보호관은 '옴부즈만' 성격을 가진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구상됐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인권위 제도로 도입됐다.

군대 내에서 인권침해나 사망사고가 있는 경우, 군인권보호관 지휘하에 효율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독립적인 기구가 아니다 보니 시스템 상 운영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박 교수는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이 보장해줬어야 하는데 굉장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초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03. mangusta@newsis.com
그는 출범 2주년을 맞은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정립될 수 있도록 인권위 내부의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독립적인 운영이 '파열음'을 가져오지 않도록 상임위원 임명 절차의 신중함을 가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군인권보호관은 인권위 상임위원 3명 중 대통령이 지명한 상임위원이 맡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군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미비할 수 있어, 임명 절차에서 전문성을 더욱 신중히 고려하고 따져야 한다. 그는 "군 인권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임명 절차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인권위 상임위원직을 떠난 뒤 집필한 책에서도 '군인권보호관'에 대한 애착은 잘 드러나 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군인권보호관은 군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짧은 임기의 군인권보호관 업무지만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썼다.

그는 요즘의 인권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군인권보호관 사태에 관해 물었다.

현재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는 김용원 상임위원은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진정을 기각하고 이 과정에서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훈련병 얼차려 사망'에 대해 직권조사 대신 방문조사를 의결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박 교수는 "사후약방문식의 운영은 상당히 아쉽다"며 "군인권보호관의 활동으로 인해 '현실을 바꿔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모든 권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군인권보호관이 특별한 권력기관은 아니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고 현장에 나가거나 권고할 때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배가 떠난 뒤에 무언가를 하려 하면 솜방망이보다도 약한 권한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엇보다 군대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군인권보호관'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군인권보호관이 어떤 식으로 진실에 접근하는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 다음 어떤 조치를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군대 인권침해가 있으면 군인권보호관에게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를 떠났지만 그가 몸 담은 학교에서 꾸준히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 교수는 인권위가 나름의 소신으로 진실에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인권위답고,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만든 목적에 부합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