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제보로 마약사범 조작' 국정원 정보원 무죄…"무고 증거 없어"

기사등록 2024/06/21 13:18:23 최종수정 2024/06/21 15:04:51

피해자 인적사항 마약상에게 보내 누명 혐의

法, 허위제보와 마약 밀수 혐의 무죄 판단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인정돼 3년 실형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국정원 정보원이 허위 제보로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1일 오전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무고 및 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모(55)씨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약물 중독 재활 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660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손씨가 허위 제보로 무고한 2명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특가법상 무고)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씨가 필리핀에 있는 마약 판매상과 공모해 속칭 '던지기'를 한 다음 이를 제보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사실 관계만으로는 손씨가 피해자들을 무고할 만한 동기도 빈약하고 다른 동기도 발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정보원이었던 손씨의 범죄 첩보가 항상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신빙성은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일 뿐 피고인이 입수한 첩보의 진실성을 스스로 검증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무고죄를 범했다는 검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을 사칭한 손씨가 지인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와 마약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두고 "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 기관의 신뢰를 현저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특히 피고인은 국정원에 등록된 정보원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마치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수사기관을 기망하고 이와 무관한 제3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협상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손씨가 범행 사실 중 일부를 인정하고 있는 점, 편취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 피고인이 필로폰 투약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손씨는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으로 지내면서 A씨 등 2명의 인적사항을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 이들 2명을 '마약 밀매 범죄자'로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

이로 인해 A씨는 지난해 5월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송치돼, 손씨가 무고 혐의로 기소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A씨를 재판에 넘겼던 인천지검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후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를 취소, A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검찰에 넘겨졌으나 서울서부지검이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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