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문가들 "북러, 신냉전 수준 협력…한반도 정세 구조 급변"(종합)

기사등록 2024/06/20 16:49:24 최종수정 2024/06/20 20:54:52

"美 패권 세계질서에 도전…우크라전 장기화 가능성도"

"북 핵·미사일 고도화 우려…군사 기술 이전 경계해야"

러 "아시아판 나토 대응"…非서방 "아태 평화에 기여"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2024.06.20.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시 상호 자동 군사지원'이 담긴 새로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서방 전문가들은 신냉전 수준의 군사협력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러시아와 반서방 진영에선 미국 중심의 '아시아판 나토'에 대한 대응이자 다극 세계 질서의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북러 새 조약,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부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북러는 신조약 4조에서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 연방(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1961년 7월6일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과 니키타 흐루쇼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모스크바에서 체결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쏘베트사회주의공화국련맹 간의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우호조약)에 담았다 1996년 폐기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의 부활이다.

조소 우호조약 1조는 '체약(조약 체결)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과거 조항과 비교해 '유엔헌장 제51조와 북러 국내법에 준해'라는 부분이 새로 포함된 것만 다르다.

유엔헌장 51조는 무력 공격에 대한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 행사 권리를 규정한 조항이다. 자위권을 행사할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즉시 보고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 취한다'는 안보리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서방 "북러, 냉전 수준의 관계 회복…美 패권에 대한 도전"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냉전 수준의 관계 회복"이라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20일자 미국의소리(VOA)에 이 조약은 "냉전 시대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고 봤다. 그는 북러 밀착은 "서로 국제적인 고립을 돌파하려는 의도"라면서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고립돼 파트너가 필요하고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함으로써 이미 중요한 군사 파트너임을 입증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은 러시아와 더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는 VOA에 "협력과 상호 지원의 고아대한 새 지평을 암시하려는 의도"라면서 "이것은 2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의 소위 '제한없는 협력'을 조용히 뒤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이성윤 연구원은 "북러 군사협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면서 "양국 정상은 군사기술 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군사 협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러 미국외교협회(CFR) 한국학 수석연구원은 "북러 안보 밀착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들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정략결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서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4.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반도 긴장 고조 우려…우크라전 장기화 가능성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정책 분석관 출신 레이첼 민영(한국이름 이민영)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러시아가 한반도 비상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정할 경우 역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IA 한국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러시아의 북한 군사력 증강 지원은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RFA에 "1990년 한러 수교로 사라졌던 냉전시대 안보 보장이 재개된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와 탄도미사일, 러시아의 북한 기술 이전 가능성 등 군사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中 "북러, 긴밀한 파트너…고립 탈피 메시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북러가 양국관계를 격상한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으로 서방과 장기전을 벌일 능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또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긴밀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익명의 중국 전문가는 북러 밀착에 관한 "러시아는 북한과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분쟁의 장기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북한 역시 미국 주도의 대북 고립 및 제재 전략이 실패할 것이며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군사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아랍권 "美 공격적 정책에 장벽…아태 평화에 기여"

아랍권 국제 전문가인 아드난 사예드 후세인 전 레바논 국무장관은 러시아 타스통신에 "이 조약은 미국의 공격적인 정책에서 장벽이 될 것"이라면서 "북러 전략적 협력은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후세인 전 장관은 또한 북러 협력 확대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 반응"이라면서 "평양에서 서명된 문서들은 다극 세계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통합 과정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는 북한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중요한 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북러의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 이익을 수호하고 서방의 신식민지 정책에 대응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러사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한국학센터 선임연구원은 타스통신에 북러 협력은 "한미일 3국의 '아시아판 나토' 창설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북러 접촉 증가는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의 다음 단계를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파사노=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사벨레트리 파사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보협정 서명식을 진행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20.

◆나토 "권위주의 결속 경고음"…日 "北 핵·미사일 고도화 우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권위주의 국가가 점차 더 큰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북·중·러·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 점점 더 연계할 때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믿는 국가들이 뜻을 모으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러시아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친밀감이 커지면서 나토가 아태 동맹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의 직접적인 위반이 될 수 있는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은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를 우려하면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북러 협력 심화로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력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AP/뉴시스]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6.20.

◆"미중러 북핵 공조 종식 수순"…북러 결속 中에 부담 분석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중국, 러시아 3국 간 '북핵 공조'가 종식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으로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서 얻은 것은 나토식의 방위협정과 이미지 제고"라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까지 전수할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패권 종말을 언급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을 대변한다"면서 북한이 식량과 연료를 지원받는 것을 넘어 핵잠수함과 군사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북러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대담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