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5월 소비자 물가 동향 발표
배 126.3% 역대 최대…사과 80.4%↑
석유류 3.1% 상승…16개월만에 최대
"근원·생활물가 안정적 흐름 유지"
[세종=뉴시스]임소현 임하은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과 함께 2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배 가격이 역대 최대 상승률을 경신하는 등 과일류 상승세가 지속됐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도 3개월 연속 뛰며 16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정부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향후 이상기후, 국제유가 변동, 식품가격 인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남은 만큼 2%대 물가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데, 지난해 8월(3.4%),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다.
올해 1월(2.8%) 2%대로 잠깐 내려왔다 바로 2월(3.1%)에 3%로 다시 올라섰고 3월(3.1%)까지 3%대 상승률이 이어졌다. 4~5월 2%대로 내려앉긴 했지만 가공식품과 석유류 증가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부문별로 전체 다 상승하긴 했는데 (특히) 석유류랑 가공식품에서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그러나 농축수산물 섬유제품에서 상승폭이 축소해 전월비 0.2%p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1%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3% 오르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가장 오래 지속된 경우는 2010년 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4개월 간이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2%, 2.3% 상승했다.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39.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8.7% 올랐고 농산물만 보면 19.0%로 상승폭이 더 컸다.
특히 배 가격은 126.3% 상승하면서 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과도 80.4% 증가하며 높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토마토(37.8%), 고구마(18.7%), 배추(15.6%), 쌀(6.7%) 등도 오름세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69%p로 나타났다. 수산물은 0.1% 올랐다.
공미숙 심의관은 "신선과실은 지난해 6월부터 올라가는 추세인데 8월부터 많이 올랐다"며 "올해 2~3월 40%대로 굉장히 높았다가 4~5월에는 주춤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축산물은 돼지고기(-5.2%), 국산쇠고기(-2.4%), 닭고기(-7.8%) 등이 도축마릿수 증가 등의 이유로 떨어지며 2.6% 하락했다. 올해 1월 이후 4개월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공업제품은 2.1% 올랐다. 라면(-5.1%) 등 가공식품 물가는 2.0%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도 지난 3월 14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석유류는 지난달 3.1% 상승해 지난해 1월 4.1% 증가한 이후 16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기여도는 0.12%p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석유류는 국제유가가 높긴 하지만 5월에 하락세에 접어들어 안정 추세"라며 "다만 작년 전월 대비 1.4% 하락했던만큼 기저효과로 상승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공식품이 국제곡물 물가 상승으로 많이 올랐는데 증가율은 계속 둔화하고 있다"며 "최근 둔화흐름은 이어지는데 몇몇 일부 식품가 인상 소식이 있어서 불안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전기료(1.6%), 도시가스(3.0%), 지역 난방비(12.1%) 상수도료(3.2%)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7%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8% 상승했다. 이 중 외식 물가는 2.8% 올랐다.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2.9%였다.
집세는 월세가 0.8% 올랐으나 전세가 0.5% 하락하면서 전년 보다 0.1%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역시 2.2% 상승했다.
공 심의관은 "근원물가는 계속 그리 높지 않았었고 전체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변동이 큰 부분 이외에 물가들은 안정세로 가고 있다"며 "식료품 제외 지수는 작년 3.8%부터 시작해 2.2%까지 내려왔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작년 5월 4%대에서 2%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지수들은 좀 안정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물가 코어가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상기후, 국제유가 변동성, 일부 식품가격 인상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2%대 물가 안착을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5월 들어 기상여건 개선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는 가운데 내구재·의류 등 공업제품 가격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와 가계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각각 전월 대비 하락하면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상기후, 국제유가 변동성, 일부 식품가격 인상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며 "특히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하반기에도 바나나·파인애플 등 과일류 28종, 무·배추 등 농산물 4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고 오렌지·커피농축액 등 식품원료 19종에도 할당관세를 적용해 기업의 원가부담을 완화하는 등 물가안정 여건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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