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포문은 신춘수 대표가 이끄는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가 열었다. 지난 4월25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개막 3주 만에 매출액 128만달러(약 17억7241만원)를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한국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기획·제작을 이끈 첫 번째 작품이다. 앞서 '드림걸즈',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닥터 지바고' 흥행 실패로 고배를 마셨던 신 대표가 개발부터 캐스팅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오랜 기간 흥행 하려면 프로듀서 제작 역량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는 현지 공식을 따른 셈이다. 매회 좌석 점유율은 90%로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오디컴퍼니는 올해 11월까지 예정됐던 티켓 판매를 내년 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CJ ENM이 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17일 뉴욕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휴&윌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이미 국내에선 다섯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 제작자가 현지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진이 만든 뮤지컬이 진출한 사례다.
2016년 한국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리면서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열었는데 이 공연을 본 토니상 어워즈 수상자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가 박 작가에게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원작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대로 따랐다. 극 중 배경이 먼 미래의 서울이라는 구조와 인간을 돕는 헬퍼봇 '올리버'의 옛 주인이 한국인이라는 설정 등을 훼손하지 않고, 현지 캐스팅 역시 한국 배우들의 이미지와 유사한 배우들로 선발했다.
라이브의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는 브로드웨이와 함께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했다. 6월1일 개막을 시작으로 7월28일까지 런던 채링 크로스 극장에서 공연한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가 현지 프로덕션의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부터 캐스팅까지 지휘했다. 출연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은 모두 현지인들로 꾸렸다. 한국 뮤지컬이 웨스트엔드에서 영어로 장기 공연을 하는 것은 '마리 퀴리'가 처음이다.
현지 흥행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영한국문화원은 프레스 나이트와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지원군으로 나섰다. 오는 6월7일 열리는 프레스 나이트에는 원작 출연자인 옥주현과 김소향이 참석해 웨스트엔드 진출을 축하하고, 같은 달 10일 갈라 콘서트에선 양국 배우들이 합동 공연한다.
라이브의 또 다른 창작 뮤지컬 '팬레터'는 대만과 중국 무대에 오르며 올 가을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공 예술단체로는 서울예술단의 '다원 영의 악의 기원'과 '나빌레라'가 일본 토호 주식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현지 무대에 올랐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로 '독창성'이 꼽힌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신작들이 매해 제작되면서 해외 관계자들의 이목을 끈다는 평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애초 해외 시장을 겨냥한 뮤지컬들이 제작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지원과 투자가 한국 뮤지컬의 인지도와 파워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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