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수용 능력 크게 감소
야간 평균 근무인원 4.7명→1.6명
"사태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어"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2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해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수련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전공의 사직 전후 주간 평균 응급실 근무 인원(전문의)은 5.4명에서 1.8명으로, 야간의 경우 4.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전임의들을 포함해 전문의들로만 24시간 당직표를 짜다 보니 근무 가능한 인력이 크게 줄었다"면서 "근무 인원이 2명 이내로 줄게 되면 환자 10명당 중증환자가 1~2명 정도가 유지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환자들은 진료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인력 충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사직 전후 응급실 퇴사 인원은 0.9명인 반면 채용 인원은 0.7명에 그쳤다.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환자 등을 대폭 줄이면서 응급실 진료 여력도 줄어든 상태다. 김 이사장은 "전공의들이 사직한 2월 이후 외래 환자는 20~30% 가량 줄었고,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병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후 진료과 전문의 이탈로 응급실의 환자 수용 역량은 더 줄었다.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배후 진료과에 의한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김 이사장은 "병원들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면서 "가령 한국형 중증도 분류 체계(KTAS)에 따라 1~2등급 환자만 수용하겠다, 배후과 진료가 가능한 환자만 받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속초의 심근경색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경기도 고양까지 전원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물리적 한계로 인한 진료 역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증환자 진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달간(4월16일~5월15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11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아 응급실 내원 환자가 57% 정도까지 감소한 대학병원도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응급실을 찾은 중증 환자는 9천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98%에 달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실을 응급·중증 환자를 위주로 운영하며 간신히 버텨내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해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3월에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렇게 갈아 넣으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근무 인력 자체가 돌아올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의료 소송에 더 취약하다"면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낮은 수가 개선,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개선, 의료행위 법적부담 완화가 필요한데 의대 정원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언제까지 응급실을 땜질식으로 운영해야 하느냐"면서 "향후 '이젠 그만 하겠다'는 성명서가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대화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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