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통행 정책 MZ세대 반감 불러"
"적대적 사회적 분위기 속에 수련 포기"
"진단 틀렸는데 의대증원 합의 납득불가"
전공의들이 침묵하는 요인으로는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대한 반감,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저항하는 MZ세대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공의(레지던트 3~4년차)들이 내년도에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병원을 떠난 지 3개월 내인 이날 전후(19일 사직의 경우 복귀 시한 20일)까지 복귀해야 한다. 미복귀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전공의들은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연내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되서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게 되면 당장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전국의 4년차 레지던트(총 2910명) 중 필수 의료 분야 레지던트 수는 전체의 48%(1385명)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 등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MZ세대인 전공의들의 반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진료 유지 명령, 형사고발, 미복귀 시 3개월 이상 면허정지 추진, 형사고발 검토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해왔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전공의(인턴)는 "수련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친구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진 데다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전문의가 되기 싫다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보다 이미 딴 의사 면허로 차라리 개원해 일반의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B 전공의는 "환자와 보호자가 돼 나를 찾아올 수 있는 국민이 의사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확히 알게 됐다"면서 "바이탈과(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전공의는 안 돌아간다"고 말했다.
'빅5' 병원의 A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서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전공의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월20일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을 사직한 C 전공의는 "진단이 아예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숫자 혹은 규모를 합의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속이 쓰려 내원한 환자에게 잘못된 위암 진단을 내려 위 절제술을 주장하는 의사에게 수술 일정을 잡았으니 부분위절제술로 타협을 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D 전공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커 수련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대통령실에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의대 증원을 정해 놓고 무슨 조건 없는 대화냐"고 반문했다.
한편, 교육부는 현재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오는 30일 확정·공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별 모집 요강이 공고되는 5월 말 이후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변경이 불가능하다"면서 "1500명 증원이 확정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