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증원 '확정인 듯, 확정 아닌'…최종관문 '판사의 손' 남았다

기사등록 2024/05/02 17:30:43

차의과대 뺀 39개 의대, 2025학년도 의대 선발 결정

대교협 심의 남았지만 모집인원 규모는 사실상 확정

서울고법 재판부, 증원 근거 요구…각계 긴장감 고조

그간 공개 않던 배정위 회의록 등 거론…정부 당혹감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일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39곳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모집인원 현황'을 취합해 발표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현재보다 최소 1489명, 최대 1509명 늘어난다. 사진은 2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2024.05.02. kgb@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대학 협의체 심사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마지막 변수는 남아있다. 사법부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재판부 결정에 따라 자칫하면 수험생 피해와 큰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 사전 브리핑을 갖고 "2000명 증원 절차가 정지되면 본안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기존 정원(3058명)을 갖고 입시 전형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절차상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이날 당장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학들이 제출한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심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대학들이 제출한 의대 모집인원 규모가 대교협 심의 과정에서 다시 조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료인을 양성하는 모집단위별 정원은 대학이 정부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육 당국과 대학 차원에선 선발규모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사법부에서 증원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관련 근거 제출을 요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모든 행정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당초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는지 제출해 달라. 최초 회의자료, 회의록 등 그런 것들 있으면 내달라"고 했다.

이어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을 보면 인원 조정, 정원과 관련해서는 인적·물적 시설 요건이 있다. 이런 증원(총 2000명)의 각 대학 배정이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하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차후에 지원하겠다' 이런 추상적인 말 말고,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예산 있는지 밝혀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한 정부 근거가 타당했는지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증원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의료계 주장도 고려해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법원의 결론 전에 정부 정책이 최종 승인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정부 측에 오는 7일까지 자료를 내라고 요청했으며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하겠다고 전했다. 선고기일은 미정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런 요청이 정부나 대교협 심의 절차를 구속한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 설명이다.

그렇지만 앞선 1심 재판부들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한 의료계 당사자들의 신청인 자격이 없다며 신속하게 '각하' 처리한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라 교육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수만휘', '오르비' 등 유명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서울고법 재판부의 이런 반응을 전하는 다수의 글이 목격된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환영하는 글도 있지만 재판부 요청의 의미를 분석하는 글이 다수다.
[서울=뉴시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현재보다 최소 1489명, 최대 1509명 늘어난다.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31개교가 증원된 정원 2000명을 50~100% 범위에서 조정한 결과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갸연구소장은 "(집행정지 인용 시) 일부 학생들은 반수나 자퇴 등 대학까지 그만뒀는데 심리적으로 엄청난 불쾌감이 될 것"이라며 "법원도 '요청'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을 갖추려는 노력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클 수 있는 만큼 섣불리 집행정지를 인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심 국장은 어떤 자료를 낼 지 묻는 질문에 "재판부가 충분히 납득할 정도의 자료를 검토해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소송을 엄중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 국장은 "시행계획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고 혼선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의대는 수요가 매우 높아 지방대라도 합격 점수가 서울대 중상위권 학과를 웃돈다. 의대 모집인원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서 서울대부터 주요 대학의 이공계열 합격선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육부가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지난해 의대 증원 규모 사전 수요조사 당시 진행했던 대학별 실사 조사 관련 자료와 이번 대학별 정원 배분 규모를 심의했던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이 꼽힌다. 이 자료들은 그간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공개를 꺼려왔던 것들이다.

항고심 재판부가 제3자 요건을 확대하는 경향을 다룬 판례를 언급하며 정부 측에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법원이 '원고 적격'과 의대 입학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해 면밀히 들여다본 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정부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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