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분간 회담…성과보단 '회담성사' 의미
'거야 단독처리-거부권'교착 개선 실마리
민생 해법, 평행선…이 "답답하고 아쉬워"
여야정 협의체 무산, 거부권도 재연 예상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마침내 첫 회담을 열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민감한 정국 현안에 대한 합의나 이견 조정에는 실패하면서 본격적인 협치 궤도에 오르기 까진 갈 길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용산 대통령실에 마주앉았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 11개월,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8개월 만의 '첫 영수회담'이었다.
약 135분간 이어진 이날 회담은 구체적 성과보다는 '회담 성사'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제1야당 민주당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전부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일단 창구를 연 뒤 소통을 지속해가면서 협치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혀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대화의 첫발을 뗐기 때문에, 거야(巨野)의 법안 단독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극단적 교착을 개선할 실마리는 잡았다는 것이다.
향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속적 소통을 통해 첫 회담의 불씨를 살려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혼란상인 국민의힘이 지도체제를 정비한 뒤 3자 회동 성사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류다.
여권에서는 핵심 민생 현안인 의료개혁 관련,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총론적·대승적 인식 일치'에 기반해 입법 협조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의료개혁에 대해 이 대표가 공감하면서 '대통령의 정책이 옳다. 협조하겠다'고 명백하게 발언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국립대병원설치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구체적 입법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만으로는 원만한 협치가 궤도에 오르기엔 미흡하다는 관측이다.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한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뜻을 모은 것은 '의료개혁', '소통 지속', '민생경제 중요' 등 당위에 가까운 총론이었다. 각론에서는 오히려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점이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민생경제' 문제에 대해 어떤 재정정책을 쓸 것인지를 두고 양측은 평행선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요구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물가, 금리, 재정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것이 '약자복지' 취지에 맞지 않고, 물가 상승을 더 촉발함으로써 민생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회담 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재명 대표도 배석자들에게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합의 가능한 의제로 여겨졌던 '여야정 협의체' 구성 역시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이견으로 타결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부권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고, 윤 대통령은 법안의 '독소조항' 문제를 언급했다.
'대통령 거부권 남용'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졸속 단독처리 견제' 논리로 맞서는 대통령실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야권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핵심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거부권 행사 정국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대외정책 기조 등 첨예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다. 향후 협치의 핵심 가늠자가 될 후임 국무총리 인선 관련 언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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