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교수들 "25일부터 사직…내주 하루휴진"
전의비 "매주 하루 휴진 26일 정기총회 열고 논의"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비대위에 참여하는 전국 20여개 대학 비대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온라인 8차 총회를 열고 이 같이 결의했다.
전의비는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는 관계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의비는 또 내주 하루 휴진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전의비는 "장기화된 비상 상황에서 현재 주당 70~100시간 이상 근무로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을 하기로 했다"면서 "날짜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은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데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수술·진료 차질도 빚어지고 있어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빅5' 병원의 A 교수는 "남은 인력을 쥐어 짜 중증 환자를 보고 있는데, 지난주만 해도 100시간 정도 일했다"면서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통증의학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마취과가 열어주는 수술방이 부족해 수술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전의비에 참여하는 의대는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연세대·울산대·성균관대·가톨릭대를 비롯해 계명대·고려대·강원대·건국대·건양대·경상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을지대·이화여대·부산대·아주대·원광대·인제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북대·한양대 등 24곳이다.
이달 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 시점을 눈 앞에 두고 의대 교수들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사직하고 내달 3일부터는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울산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울산대 의대 비대위)는 전날 울산대 의대 강당에서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비대위는 "사직서는 접수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임을 확인했고 (교수별로)예약된 진료와 수술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로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5월3일부터 주 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대 소속 교수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진료·당직 등이 늘면서 고충을 겪고 있다며 육아휴직도 들어가기로 했다.
비대위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의사의 경우 계속되는 진료와 당직으로 육아에 문제가 발생해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신청 의사를 밝힌 교수는 전체의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에서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하기로 결의했다.
울산대 의대 산하 수련병원에는 총 767명의 교수가 근무 중이다. 병원별로 서울아산병원은 528명, 울산대병원은 151명, 강릉아산병원은 88명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도 전날 오후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총회를 열고 향후 주 1회 외래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고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계명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4월 둘째주부터 토요일 진료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후 시행 중이다. 충북대병원은 이미 이달 초부터 금요일 외래진료를 멈췄다.
주 1회 휴진 움직임이 다른 병원들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전의비는 "주 1회 하루 휴진 여부에 대해서는 오는 26일 정기 총회를 열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1회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병원별 상황에 따라 셧다운 개시 시점 등은 달라질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예정대로 사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직의 효력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브리핑을 열고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절차가 있어야 사직이 수리되는데 아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당장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오는 25일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로, 민법상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각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직서를 취합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 사무소)는 전날 블로그를 통해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어도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아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났다 하더라도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없다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거나 사립학교법을 적용받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사직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은 사직서 접수 전의 결근에 대한 조항에 불과하고, 이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처벌조항은 없이 징계사유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내달로 넘어가면 의사 인력 배출에 제동이 걸려 수 년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의대생들은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를 고려했을 때 대량 유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전공의들은 복귀한다 하더라도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어서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5월로 넘어가게 되면 의대생들은 대량 유급을 피하기 어렵고, 전공의들은 복귀해도 진급이 되지 않아 돌아올 이유가 없어져 더 이상 손을 쓸 도리가 없다"면서 "어떻게든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필수의료를 살릴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할 의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의대 정원은 의정 협의체를 구성한 후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를 설치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2025학년도 입학 모집요강 확정 마감 시한(5월)이 곧 도래하기 때문에 내년도 의대 정원은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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