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연일 취소…"새로운 안건 없어"
의협 비대위·임현택 당선인 갈등 봉합
의사들 집단 사직 효력 25일부터 발생
조규홍 "의대증원, 필수의료 선결조건"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의·정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한 숙고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내홍을 수습하고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전공의들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전날 오후 5시30분이 넘어 취소했다. 총선 전날인 지난 9일부터 일주일째 출입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의정 갈등 관련 브리핑이 열기로 했으나 그 전날 취소 공지를 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평일에 거의 매일 이뤄지는 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의료 공백에 따른 비상 진료 체계 현황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한 요구사항,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국민의 지지 등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한덕수 총리가 사의 의사를 밝히자 복지부도 연일 브리핑을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안건이 없는 상황이라 브리핑이 취소됐다"고만 말했다.
정부가 의·정 갈등의 출구를 두고 고심하는 사이 의료계는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부 갈등 봉합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그간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의협과 당선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개원가 등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도 "오늘 회의에서 의사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SNS에 '수련병원 교수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글에도 의협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경청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공의와 교수 간의 갈등이 번지기 전에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한 공세는 거세지는 분위기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라는 게 정부가 요구한 의료계의 단일안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전공의 1325명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집단 고소하기로 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의·정 갈등을 봉합해야 할 시간도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가 오는 25일부터 효력이 생기는 만큼 이 전에 의·정 사태를 수습해야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의대가 있는 대학들도 증원 규모를 반영해 다음 달까지 '2025학년도' 대입 모집 요강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서 의대 교수들은 4월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에 따르면 고용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한 달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생긴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의료계에 공을 돌리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달라"면서도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4대 과제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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