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집단유급되면 '예비 의대생'까지 피해 눈덩이

기사등록 2024/04/09 20:00:00 최종수정 2024/04/09 20:54:52

의대 16곳 유급 위기에 수업 열었지만 출석 저조

이대로 가면 출석일수 미달로 '낙제 유급' 불가피

집단유급 발생하면 2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 들어

최악은 6년, 길게는 5년…교육여건 감당 못할 피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강의실에 전공 서적만 놓여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자 경북대학교는 이날 수업을 재개했으나, 강의실은 불이 꺼져 있다. 2024.04.08. lmy@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성소의 기자 =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사 일정을 연거푸 미루던 대학들이 수업 재개에 돌입했지만 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출석일수 미달에 따른 유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어 사태다 길어지면 향후 5~6년 이상 학부 의학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9일 교육부가 전날인 8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현재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전체 40개교 중 16개교(40%)다.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한 배경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정하고 있는 임상실습 이수 기준 등 계획한 학사 일정을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출석일수 미달로 인한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휴강과 개강 연기로 대응해 왔지만, 더 일정을 미루면 대학 탓에 유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을 재개했음에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출석일수 미달로 인해 낙제(F)를 받고 학칙에 따라 집단 유급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는 여전한 상태다.

전북대, 영남대 등 일부 대면 강의를 재개한 의대도 있으나 의대생들의 참여율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영남대 의대에서도 본과 1~4학년 299명 중 2%에 해당하는 단 6명만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학기 중간고사 시기가 되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대학들은 대개 출석일수 미달에 더해 시험까지 치르지 않으면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북대는 1학기 중간고사를 다음 달 3~7일에 잡았다. 일부 대학들 사이에선 4월 중하순이 데드라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럴 경우 의대생들이 등록금이라도 돌려 받으려면 휴학을 승인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 변동 가능성도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대학들의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학이든 유급이든 우리 학생들에게 앞으로 닥치게 될 교육 여건을 생각해보면 허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과 1학년 전원 유급을 가정하면, 2025학년도에 증원된 정원에 맞춰 입학할 5058명과 올해 3058명까지 8000여명이 수업을 동시에 듣게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악의 경우 아직 의대에 입학하지 않은 예비 의대생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예과 1학년은 신입생이라 휴학이 어려워 보다 많은 대학(24개교)에서 전공 수업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과장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 유급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는 점은 정부와 의료계 간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온건한 의대 교수 사이에서도 제기돼 왔다.
[세종=뉴시스] 고려대 의대 교수인 조윤정 전 전국의과대학교수회연합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설명한 고려대 의대 증원 및 집단유급 시뮬레이션. (자료=전의교협 제공). 2024.04.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지난달 25일 고려대 의대 교수인 조윤정 전 전국의과대학교수회연합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대 의대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상황을 전하며 집단 유급 시 교육이 불가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현재 신입생인 예과 1학년은 수업을 듣고 있는 만큼, 수업을 거부한 예과 2학년들의 대규모 유급으로 내년도부터 최대 2개 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은 본과 4학년인 2029년까지 5년 동안 이어진다.

여기에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그대로 관철시킨다면 2025학년도엔 증원된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가와 의료계에선 교육 여건 확충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최소 3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두 개 학년에 해당하는 인원이 5년을 같이 다닌다면 교육할 수 없다. 학부모들부터 항의할 것"이라며 "요즘은 인턴 숙소에 따뜻한 물 나오지 않는다고 학부모가 학교에 전화를 해 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강의실과 실습실, 소규모 강의실 등 시설은 여러 학년이 공유하고 있다"며 "시설 자체도 (늘어난 인원을 수용하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당국자들 사에서도 파국을 면하려면 정부와 전공의가 속히 마주앉아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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