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I 칩 시장 절대적 우위 확보하나
삼성, GAA 등 장점 부각해 고객 확보해야
22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을 선보였다.
황 CEO는 "블랙웰은 칩이 아닌 플랫폼"이라며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고 발표했다. 블랙웰은 GPU 72개와 최대 10조개의 파라미터의 AI 모델을 구동할 것으로 보인다.
AI 훈련과 실시간 거대 언어모델(LLM) 추론이 기존의 반도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도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높은 성능을 앞세워 차세대 AI칩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이 블랙웰의 생산을 맡는다. 블랙웰의 가격이 기존 반도체 칩보다 두 배 정도 비싼 5만 달러(약 66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TSMC는 이번 수주를 통해 높은 수익성 뿐만 아니라 AI 칩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TSMC가 AI 칩 생산의 10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TSMC가 엔비디아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칩을 모두 수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이 '엔비디아·TSMC'의 연합 체제가 굳어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AI 칩 시장에서 더 불리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엔비디아가 이번 블랙웰이 성공하면 향후 개발할 차세대 AI 칩도 TSMC에 맡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에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되레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49.9%로 전 분기(45.5%)보다 더 벌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패키징 공정을 강화하기 위해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에 인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설계와 생산, 첨단 패키징 등을 한 번에 하는 '턴키' 전략을 통해 고객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고객사가 생산 시기와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 선단 공정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GAA는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신기술로, 데이터 처리 속도 및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의 안정적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TSMC 연대 강화가 지속되면 삼성 파운드리는 AI 칩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며 "GAA 등 장점을 강조해 오픈AI와 메타 등 빅테크의 수주를 얼마나 따올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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