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정부 협업 통해 클러스터 속도 높인다
"조성 더 늦어지면 물량 수주 장담 못해"
22일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방문해 "반도체 초격차는 속도에 달린 만큼 우리 기업이 클러스터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 부처가 합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클러스터 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력공급 전담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달 중에 첨단특화단지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이날 안 장관이 방문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2046년까지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총 4기의 공장(팹)을 짓는 클러스터다. SK하이닉스 외에도 50여개의 소부장 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팹 건설을 위한 부지 다지기 등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이날 안 장관의 클러스터 현장 방문은 그동안 업계에서 미국과 일본보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 조성이 눈에 띄게 늦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에 따라 반도체 시장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업황 변동이 빨라지고 있어, 선제적인 공장 건설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칫 클러스터 조성이 늦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밀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첫 공장은 내년에 착공해 오는 2027년에야 가동한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들여 용인 남사에 추진 중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첫 공장도 2030년이 넘어야 가동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보조금을 앞세운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에 비해 시기가 늦다. 인텔은 5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34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곳, 오하이오에 최첨단 공장 2곳을 짓는다.
인텔은 애리조나 공장은 올해 연말 가동하며, 오하이오 공장은 오는 2026년 완공할 전망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단 20개월 만에 완공했다. 통상 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를 3분의1 줄인 것이다. 2027년에는 TSMC 구마모토 2공장까지 가동된다. TSMC는 일본의 소부장 업체들과 생태계를 이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당초 예정보다 클러스터 조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앞서 국내 클러스터는 인허가 문제로 지연됐지만, 현재 정부·기업 간 협의가 대부분 이뤄진 만큼 앞으로 얼마나 속도를 높이느냐가 중요해졌다.
기업들이 민관 논의를 통해 정부 지원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도 핵심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사들은 AI 등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 이미 공장 건립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물량 수주를 못하는 등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기업과 정부가 생산 물량과 수주 시기 등의 구체적인 스케줄을 짜고, 기업은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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