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3주차 접어들며 의료대응 한계 달해
환자피해 커질 우려…사회적 합의 시작을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의대 교수들은 지난 4일부터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고, 강원대 의대 교수 10여 명은 전날 "대학 측이 교수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의대증원 신청(49→140명)을 했다"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겸직해제나 사직서 제출 또는 두 가지 모두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응답자 605명 중 469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교수의 60%(임상 교수의 경우 74%)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통 의대 교수들은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데, 진료를 하지 않는 겸직 해제를 요청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겸직해제의 경우 의료법상 불법인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 의대의 경우 대다수가 겸직 교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겸직 해제를 요청하는 교수가 많을수록 환자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임의마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게 되면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나마 병원에 남아 응급실·중환자실 등을 지키는 전임의, 대학교수마저도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병원들이 응급·중증환자 위주로 가까스로 대응하고 있지만,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지 3주차에 접어들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사이트에 뜬 각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메시지는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일부 중증소아환자 수용 곤란', '인력부족으로 급성뇌경색 포함 뇌혈관응급질환 수용불가', '내과계 중환자실(MICU) 부재로 수용불가', '흉부외과 인력 부족으로 대동맥응급 시술 및 수술 불가' 등으로 상당수가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20년 총파업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에도 전공의가 부재해 현장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A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 인력이 줄어들면 병원은 각 진료과의 전문의별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 수를 줄인다"면서 "교수들은 평소 업무량이 많았던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을 서다가 자칫 의료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방어적 진료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환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 의료계와 정부의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호소문을 내고 "이 시간에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목숨을 연명하면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꿈꾸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무책임한 공방전은 즉각 멈추고 환자의 생명과 치료권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계와 중증환자 단체와 즉각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희망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대화 방안과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재차 대화를 제안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새롭게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 대화에 나선다면 이는 집단행동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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