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 공통 주제 'AI'…통신만 고집하다 도태
SKT, '글로벌 AI 연합'으로 게임체인저 선언…"AI컴퍼니로 전환"
KT, AI 중심 체질개선 추진…LGU+도 특화 LLM 출시 준비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심지혜 기자 = "AI, AI, AI"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통신 관련 기업들이 주축이 된 행사지만 흐름은 'AI'가 압도했다. AI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통신망만 제공하고 돈은 빅테크가 벌어가는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미래가 먼저다'를 주제로 MWC가 열렸다. 그 미래는 AI에 초점이 맞춰졌다. 통신사들이 AI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 전세계 통신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MWC 대표 키노트 스피커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단상에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AI가 바둑을 점령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이를 앞당겼고, 특히 AI 기기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0년 안에는 AI가 스스로 추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도이치텔레콤은 MWC 현장에서 자체 AI '마젠타‘를 활용해 앱 없이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별도 앱 실행 없이 항공 또는 호텔 예약, 교통편 확인 등을 음성이나 문자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특정 앱에서 이러한 기능을 제공했는데 스마트폰 자체에 AI 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앤(e&)은 AI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메카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가 하면 손짓을 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문맥에 맞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메카는 챗GPT를 기반으로 대화한다.
중국 통신사도 AI를 강조했다.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알파고처럼 장기와 오목을 두는 로봇을 부스 전면에 두고 참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부스 안에서는 AI 플랫폼 ‘지우티안(Jutian)’을 확보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 산업의 지능형 전환을 위해 나선다는 전략이다.
차이나텔레콤 역시 부스의 상당 부분을 AI 컴퓨팅 엔진을 소개하는 자리로 할애했다. 자체 LLM 씽첸(XINGCHEN)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가 하면 원스톱 AI 컴퓨팅 서비스 플랫폼 회주(Hui-Ju)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일본 통신사 KDDI 또한 구글 '제미나이'를 적용한 생성형AI 서비스 기기다. 외관은 소형 로봇으로 손바닥 안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 ''빅테크에 뺏긴 주도권' 통신 연합으로 되찾는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차세대 신사업으로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조직 혁신의 도구로 A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도이치텔레콤, 이앤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를 열고 AI 거대언어모델(LLM)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도이치텔레콤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 약 2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앤그룹도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1억7000만명, 싱텔그룹은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지역 7억7000만명,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약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합작사는 사실상 13억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창립총회에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뿐 아니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여하기까지 했다. 5개사는 합작 법인을 통해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한다. 범용 LLM보다 통신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유 사장은 "지금은 한 산업분야에 특화된 LLM이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대“라며 ”글로벌 통신사들이 텔코 LLM 등 AI 분야 협력을 통해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통신사들이 연합하지 못하고 개별 대응하다 보니 킬러 콘텐츠에 대한 주도권을 빅테크에 뺏겼다"며 "연합전선을 공고히 해나간다면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 자체적으로는 AI 인프라, AIX(인공지능 대전환), AI 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한 AI피라미드 전략을 앞세워 AI컴퍼니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 KT·LGU+도 AI로 체질개선…"'통신'만 바라보면 낙오"
KT, LG유플러스 수장들도 한목소리로 AI를 강조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회사의 DNA를 AI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KT의 본업이 통신”이라는 표현에 대해 오히려 반문하며 “‘본업을 가장 잘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통신 회사들도 통신이 본업이란 생각을 갖고 있어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세상이 다 IT로 바뀌었는데 (KT는) 통신에 안주하고 있다. AI를 잘 해야 본업도 잘 할 수 있다”며 “AI 역량을 키운 AICT(AI+ICT)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멀티 LLM과 특화된 경량화 모델(sLLM) 확보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전사 IT 기본역량 향상을 위한 서바이벌 형태의 교육을 추진한다. 업무의 AI 내재화를 위해 초거대 AI ‘믿:음’과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 등 멀티 LLM 기반 플랫폼 젠아이두(Gen.AIDU)를 개발할 방침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도 통신 사업에 대해 “굉장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신사업 전망을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다”며 “5G는 투자 대비 수익이 잘 오르지 않고 있다. MWC에 와서 보니 네트워크 회사든 통신사든 5G를 통한 수익 증대 방안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에 LG유플러스도 AI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황 사장은 “올해 상반기 중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공개할 것”이라며 “익시젠을 통해 다양한 AI에이전트 기능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시젠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AI 엑사원을 기반으로 하는 소형·특화언어모델(sLLM)이다. 개인을 위한 ‘모바일 AI에이전트’, IPTV 기반의 ‘미디어 AI에이전트’ 회사 업무를 도와주는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워크AI에이전트’를 구현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AI에이전트 서비스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한다. 이번 MWC에서 황 사장은 메타, 구글과 미팅을 진행했다.
황 사장은 망 이용대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AI 활용 증가로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면 통신망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난다. 그만큼 통신사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망 이용 대가 논의는 지지부진한다. 주요 빅테크 콘텐츠 사업자는 트래픽에 부담을 주고 있으면서도 대가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수익은 늘어나지 않는데, 통신 품질은 계속해서 확보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
이에 황 사장은 "(망에 대한)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건 한계가 있다. 여러 여건이나 제도 등이 좋은 상황이 아니라 고민 된다"며 "망을 이용했으면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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