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사천' 논란이 당 지도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이재명 대표 등 친명계 지도부의 마이웨이 행보에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잇따라 반발하면서 당내 공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25일 비공개 심야 최고위 회이에서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지역구 경선 참여 문제에 제동을 걸었다. 김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현재 은평을에선 현역인 강병원 의원과 김 위원장이 양자 경선을 치르는데 강 의원은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는 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고 홍 원내대표는 비공개 심야 최고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은평을 출마 문제에 재차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도 심야 최고위 회의에서 불공정 공천 문제를 제기했다가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자 이날 최고위 회의 불참하며 항의를 표시했다.

고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은평을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바로잡을 방안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은 소수 의견에 그쳤고, 은평을 문제는 공관위가 결정하는 대로 정리됐다.

그는 김 위원장의 경선 문제 외 전략선거구인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 경기 성남분당갑 전략 공천이 거론되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에 대한 조속한 거취 결정을 요구했으나 친명계 지도부는 "공천 개입이 우려된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공정성 문제 지적에도 친명계 지도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고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 최고위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 역할에 대한 회의 등 차원에서 오늘 회의에 불참했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회의 참여 대신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심각한 때가 있었나 하는 정도"라며 당내 공천 갈등을 우려했다. 특히 공천 갈등의 '뇌관'으로까지 평가 받은 임 전 실장 문제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서는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지금이라도 빨리 공천해 문제를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두 지도부 인사가 공정성 문제를 거론한 만큼 공천을 둘러싼 지도부 갈등은 전면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장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고 최고위원의 불참을 "총선승리를 담보로 한 인질극"이라며 "당을 흔드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혁신회의는 "홍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당 지도부 및 중진의원들은 민주당 승리보다 본인의 다음 목표 또는 차기 당권과 대권 등에 관심을 가지며 당내 분란을 조장하고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은 공천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본인들이 공천에 감 놔라 대추 놔라며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 갈등 한복판에 서 있는 이재명 대표는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에도 '시스템 공천'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심야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공천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부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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