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승인 위해 슬롯·운수권 등 이양
화물사업부 매각 등 알짜사업도 과감히 포기
"소비자 편익에 지장 없어…언제든 대응 가능"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갈수록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통과를 위해 내놓은 카드들이 항공업계에 지각 변동을 촉발할 조짐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은 국내 LCC(저가항공사) 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동할 수 있다.
◆높은 EU 문턱…4개 노선 진입 지원·화물사업 매각
설 연휴 직후 합병 심사 결과를 공개 예정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EC)는 양사 합병이 유럽 화물 노선을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당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를 웃돌며 여객 사업 부진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는 역할을 했다. 현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화물사업부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독점 해소를 위한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이탈리아 로마·프랑스 파리)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일부도 다른 항공사에 넘긴다. 해당 노선은 하나 같이 장거리 알짜 노선으로 이를 인수하는 항공사의 실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선을 넘겨받을 후보로는 최근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한 티웨이항공이 꼽힌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럽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향후에도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재 다수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할 지상직 직원들을 두 자릿수 현지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노선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단 아직 유럽 노선 운항 경험이 부족한 만큼, 항공기와 운용 인력을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관 받을 전망이다.
◆日 7개 노선 슬롯 일부 양도·BSA 체결
최근 대한항공에 승인을 내준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도 한국~일본 일부 노선들에 대해 시정을 대한항공 측에 요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더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LCC 합병이 예정된 만큼 한일 노선에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한일 여객노선 12개 중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의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한일 화물노선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일본발 한국행 일부 노선에 대한 화물공급 사용계약(BSA)을 체결했다.
BSA는 항공사가 화물칸의 일정 부분을 다른 항공사에 제공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일본 항공사들은 화물 공급이 필요할 경우 대한항공의 여객기 일부 공간을 할당받을 수 있어 이득을 보게 된다.
◆英·中도 슬롯 양도…신규 진입 항공사에 지원
대한항공이 지난해 3월 영국 경쟁당국(CMA)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런던 노선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에 슬롯 이양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업계의 변동을 촉진할 수 있다.
2022년 12월에는 중국 시장총국도 같은 방식으로 대한항공 측에 시정조치안을 요구했다. 당시 슬롯 이전 지원 노선에는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부산~칭다오·베이징 ▲서울~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 노선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 노선 이양은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 작지 않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어떤 항공사가 가져 가느냐에 따라 항공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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