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강제징수액 1080억 돌파
2021년 712억 이후 작년 대부분 징수
해외·차명계좌 은닉 가능성도 대비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 휴대폰 판매업자 A씨는 필요경비 과다계상으로 부과된 종합소득세 수억원을 특별한 이유 없이 8개월간 체납했다. A씨가 운영하는 사업장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납부능력이 충분함에도 장기간 체납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수입금액의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은닉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가상자산 보유·이전 내역 확인을 위해 재산추적조사를 진행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체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시세를 파악했다. 강제징수를 실시해 체납액을 전액 징수했다.
국세청이 세금 체납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100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추징 규모는 지난해에만 380억원에 이르렀으나 차명계좌·해외가상자산 등을 통해 은닉이 가능한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가상자산 징수액 및 인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세청이 강제징수한 가상자산 규모는 1080억원이었다. 징수인원은 1만849명이었다.
국세청은 국내 주요 5개 가상자산거래소의 협조를 받아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까지 1년 6개월간 체납자에 대한 가상자산 첫 징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5741명으로부터 712억원을 징수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실명화가 이뤄진 뒤인 작년 한 해 동안에는 5108명으로부터 368억원을 추가로 징수했다.
앞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 당시 실명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누락됐던 체납액을 지난해 대부분 잡아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다만 국세청이 국내거래소에 은닉한 재산을 징수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추징액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압류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체납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시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해외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가는 등 은닉 수단이 발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계좌의 경우 해외계좌신고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으나 다른 나라와의 과세공조가 필요한 탓에 아직까지 과세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세청을 포함해 각국은 이 같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탈세·재산은닉 등에 대응해 국제공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0월 다자간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CARF가 시행되면 각국 과세관청은 보고가상자산사업자가 보고한 거래정보를 OECD 공통전송시스템으로 보고하고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행정협력지침(Directive on Administrative Cooperation) 8차 수정안을 승인했다. 회원국간 행정협력지침 범위를 가상화폐 분야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가상화폐를 통한 자산은닉 및 탈세 방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강제징수에도 가상자산 등락으로 현금화가 어려워 추심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8일 기준 가상자산 강제징수액 1080억원 가운데 280억원은 아직까지 현금화가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세청은 향후 이 같은 부분도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징수법은 사실은 제도가 갖춰져 있는데 가상자산을 이용·관리하는 법령이 아직 지금 완비가 안 돼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대신 추심해 줄 수가 없게 돼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법령 정비가 내년 정도까지 되면 직접 추심하는 부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건전한 납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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