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지난주부터 배상금 지불 시작…1인당 약 92달러 추정
국내서는 대법 판단 기다려야…韓 이용자들도 배상받을 수 있을지 주목
8일 맥루머스, 나인투파이브맥 등 현지 IT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배터리게이트 관련 피해 청구서를 제출한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지난주부터 배상금 지불을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 2020년 3월 최대 5억 달러 규모의 배상금 지급에 합의한 바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배상금 규모는 약 3억1000만 달러(약 4073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맥루머스, 나인투파이브맥 등 애플 전문 IT 매체들은 애플의 이번 배상금 지불로 인해 피해 청구서를 제출한 아이폰 이용자 1인당 92.17달러(약 12만원)를 받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1000달러(약 131만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게이트는 애플이 배터리 수명이 오래된 아이폰의 기기 성능이 낮아지도록 고의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애플은 지난 2017년 이용자 고지없이 배터리 사용기간에 따라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을 낮추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스마트폰 성능 지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사이트 '긱벤치'는 당시 아이폰6s와 아이폰7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기기 성능 자체가 떨어지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애플은 배터리게이트 논란이 심화되자 공식 성명을 내고 의혹을 인정했다.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낮을 때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겨 예기치 못하게 기기가 꺼지는 현상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 iOS 11.2가 적용된 아이폰7 등에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게 당시 애플의 해명.
이후 애플은 정책 투명성이 떨어졌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배터리게이트 이후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만 애플을 상대로 9999억 달러(약 1314조원)의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국내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검찰 고발과 민사소송 등이 이어졌다.
애플은 배터리게이트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음에도 법정에서는 관련 혐의나 법적 책임을 꾸준히 부인해왔다. 이번에 미국에서 지불하는 5억 달러 규모의 배상금도 집단 소송을 이어나가는 비용보다 합의를 통한 배상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안방시장인 미국에서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피해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배터리게이트 종결 수순에 나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고법 민사12-3부는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배터리 성능 고의 저하 의혹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애플 본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소비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애플이 문제가 된 성능조절 기능을 업데이트에 포함한 게 결함 은폐나 신형 아이폰 구매 유도가 아닌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과 달리 애플이 소비자에게 업데이트 설치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애플이 아이폰 이용자 7명에게 위자료 각 7만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같은 항소심 판결 이후 애플 측 소송대리인은 상고장을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배터리게이트 논란 종결을 위해 대법원의 판단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애플이 미국에서 한화 수천억원 규모의 배상금 지불을 시작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수십만원 규모의 위자료를 위해 또 다시 법원의 판단을 수개월 간 기다려야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