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5번째 집권…"중국 영향력 확대될 듯"

기사등록 2024/01/08 11:36:12

하시나 압승 두고 "민주주의 극도로 불안정" 우려도

[다카=AP/뉴시스]7일(현지시간) 실시된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승리한 셰이크 하시나(76) 총리가 투표를 마친 뒤 손으로 승리의 V자를 보이고 있다. 2024. 01.08.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여당 아와미연맹(AL)이 폭력과 제1야당의 보이콧으로 가득 찬 선거전 끝에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면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4연임, 5번째 집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8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총선 투표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 현지 방송에선 아와미연맹이 299석 중 216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무소속 후보가 52석을 차지했고,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자티야당이 11석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거구는 전날 밤 늦게까지 개표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아와미연맹 사무총장은 7일 밤 기자회견에서 선관위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승리를 선언했다. 현지 민영방송은 선관위 중간집계에 따라 아와미연맹이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300석 중 299석에서 치러졌다. 의석 한 자리는 무소속 후보가 사망한 뒤 법에 따라 선거가 연기됐다.
 
방글라데시는 350석 중 300석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나머지 50석은 여성 쿼터로 비례 배분하는 구조다. 이번에는 약 2000명이 입후보했으며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 수는 약 1억2000만명으로, 선관위의 개표 결과 관련 최종 공식 선언은 8일에 있을 예정이다.
 
◆하시나 총리 장기 집권…내정 불안 부를 수도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아와미연맹의 압승을 두고 정정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에는 다카의 투표소 부근에서 폭발이 있었고 6일 밤까지 약 20곳의 투표소에서 화재도 발생했다고 한다. 5일에는 다카에서 열차 화재가 일어났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남아시아연구소장은 AP에 "경쟁자들 중 어느 누구도 하시나의 당에 큰 도전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는 거의 보장돼 있고, 그것은 아와미연맹이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이다"라며 "선거가 끝나면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하시나 총리가 연임할 전망이지만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정정 악화 우려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시나는 신생 국가의 경제를 변화시키고, 의류 산업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 중 하나로 만든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군사 쿠데타를 피하고 이슬람 과격주의의 위협을 무력화시켰다고 말한다.

국제적으로도 인도나 중국처럼 서로 종종 갈등을 빚는 국가들과 사업을 하고 외교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로 방글라데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도 하시나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정부기관들이 점점 더 억압적인 도구를 사용해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시민사회를 제한함에 따라 하시나의 부상은 방글라데시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일당국가로 변모시킬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AP는 "글로벌 경기 침체는 방글라데시에서도 감지되고 있으며, 노동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촉발할 수 있는 경제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해 제1야당이 거부한 선거에서 세계 최장수 여성 정부 수반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고 선거 소식을 전하며서 "인권단체들은 정치적 폭력과 유권자들의 협박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하시나와 그녀의 정부가 일당제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일·중·러 강대국과 우호적 관계…의류 수입 의존도 큰 中 비중 더 커질 수도

하시나의 집권 연장으로 중국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약 1억7000만 명의 인구 대국이기도 하다. 때문에 관련국들이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경제성장에 따라 2026년에는 후발 개발도상국 구분에서 벗어날 예정이지만 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하시나 정권은 철도와 도로 개발로 지원을 받는 인도,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리 정비 등으로 중국 융자의 대규모 사업도 눈에 띈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건설 중인 원전은 연내에 가동된다.

후마윤 카비르 전 주미 방글라데시대사는 "주산업인 봉제업 원자재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의존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요미우리는 "미국은 지난해 9월 방글라데시에서의 민주적 선거를 방해하는 개인과 그 가족의 비자 발급 제한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양국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정세 등을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분단되는 가운데 방글라데시는 미국, 유럽, 일본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과도 일정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에서의 강권적 여당의 승리는 미국, 유럽 등 서방 진영과 러시아나 중국 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강권적 정치체제가 확산될 위험도 보여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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