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김기현 사퇴론' 갈등 격화…주류 "내부 총질" 비주류 "민주당 X맨"(종합)

기사등록 2023/12/11 16:34:55 최종수정 2023/12/11 17:17:29

지도부, 김기현 지원사격…"대안 없는 주장"

단체 대화방서 설전도…"단결 필요한 시점"

혁신 필요성 제기…"더 버티면 추해질 것"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11. 20hwan@new


[서울=뉴시스] 홍세희 이승재 하지현 한은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반면,  비윤계 의원들은 김기현 사퇴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사실상 내년 당내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석기 최고위원이 선봉에 섰다. 그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위 당내 중진이란 분들이 당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봤다"며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만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냐. 그럼 누가 당 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 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나도 싸우며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기는 길은 앞으로 시작되는 공천을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도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 일으키지 말고, 김 대표를 중심으로 모두가 심기일전해 똘똘 뭉쳐야 한다"며 "부디 모두가 자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김 최고위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50% 성공을 얘기하며 절반은 당에 맡기겠다고 했다. 혁신안을 거대한 정당에 잘 접목시키는 것은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며 "그런데 남은 절반의 완성을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비판하는 일부 의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그러한 비판은 주로 우리 당의 가장 따뜻하고 편한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부산에서 5선을 하고 부산 시장을 지낸 분이나, 해운대에서 3선하고 호기롭게 서울 오더니 우리 당 현역의원 지역을 탐하는 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들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대안도 없이 당 대표를 내치자는 것에 어떠한 희생과 전략이 있는 것이냐"며 "이제는 모두가 함께 죽는 길보다는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임명한 김예지 최고위원도 "혁신위가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당에 맡긴다고 했듯이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정당이 되도록 그 50%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과정에 서 있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이 원하는 바른 정치 과정과 모습을 위해 항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천관리원회(공관위) 출범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혁신위가 제안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대한 논의를 공관위에서 이어가겠다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공관위 출범 시기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데에 며칠간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범주 내일 것이고 항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아주 멀리가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달) 중순과 가까운 날짜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 텃밭인 영남권과 강남 초선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김 대표의 사퇴론을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먼저 김승수 의원이 전날 채팅방에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태영호 의원은 이날 오전 "지금은 결단이 아니라 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최춘식 의원은 "자살특공대는 불난 집에 부채질로 끊임없이 지도부를 흔든다"며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석기 최고위원,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2023.12.11. 20hwan@new

반면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요구'에 대한 입장을 김 대표가 빠르게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혁신 성적표는 백점과 빵점 중 대체 어디에 속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에 우리 당 지도부가 희망 되지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돼서야 되겠느냐"며 "지금 이 자리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놨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비록 종료됐지만 혁신위가 외친 변화와 쇄신의 바톤은 우리 당의 뜻 있는 수많은 당원들이 이어받아 갈 것"이라며 "의로움 위해 개혁과 혁신의 목소리 내는 이들이 외롭거나 지치지 않도록 지도부 일원으로 확실히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사퇴 압박도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오전 '전영신의 아침저널' 라디오에서 "김 대표한테 무릎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 대표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김 대표는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며 "김 대표가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질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 조기 출범에 관해서는 "반혁신 지도부가 구성하는 공관위에서 누가 혁신 공천할 거라고 믿겠나"라며 "공관위가 문제가 아니고 김 대표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27. bjk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russa@newsis.com, judyha@newsis.com, gol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