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코리아 원팀' 이끌고 파리서 총력전
한-사우디 박빙 판단…"이길 수 있다는 일념"
극도 보안 속 BIE 접촉…사우디와 '첩보전'도
반기문 "부산, 시작점"…여야 13명도 힘 보태
최태원 "잘 해서 이기겠다" 현지서 교섭지휘
29일 새벽께 최종발표 전망…결선 승리 기대
[파리=뉴시스]김승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정부 각료들과 재계 총수들이 함께 뛰는 '코리아 원팀'을 이끌고 마지막 유치 총력전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번 '사우디아라비아-한국전(戰)' 사례는 전무후무하다고 할 정도로 대단히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유치전에 먼저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위를 선점했지만, 지난 1년 6개월간의 민관 합동 총력전을 통해 박빙세까지 만들었다고 보고 최종 역전승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 지지 방침을 정한 국가를 지켜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진 국가들을 돌려세우는 두축의 전략을 세워 총력을 기울여왔다.
전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외교부 2차관, 최재철 주프랑스대사와 전략회의를 했다. 오후 10시까지 회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한 총리는 이날도 파리를 방문 중인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들과 오찬 세미나, 리셉션, 양자 면담 등 촘촘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 박형준 시장 등과 함께 BIE 총회 최종 리허설도 마쳤다.
한 총리는 BIE 회원국 대표들에게 2030 부산 세계박람회 개최 역량과 비전을 설명하면서 한국 지지를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 교섭 대상국과 접촉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유력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지지 방향을 정한 국가들을 파악해 공격적 교섭으로 상황을 뒤집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한 총리 유치 교섭에 동행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는 "두 단어로 정의를 하자면 정성과 집중"이라며 "'마지막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이 맞듯이 모든 면담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28일 BIE 총회 전 오전 시간에는 최종 리허설에 임할 계획이다. 다만 마지막 유치 교섭 일정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BIE 회원국 정부 방침과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배달 사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배달사고'가 우려되는 국가에 본국 각료 파견을 요청한 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도 개최지를 결정지을 핵심 표밭을 찾는다. 오 차관은 이날 다수 국가가 모이는 만찬 석상에 참석해 끝까지 머무르며 한 국가씩 설득할 예정이다.
28일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연사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기문 전 UN(국제연합) 사무총장도 파리로 합류했다.
전날 파리를 찾은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산이 앞으로, 국제사회가 서로 지속가능하게 모든 나라를 잘 살게 하는 '스타팅 포인트(시작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t's not the destination(종착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 총리의 BIE 회원국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날 오찬의 주제는 반 전 총장이 UN 사무총장 시절 채택된 '지속가능 개발목표(SDG)'와 부산 엑스포의 연결이었다.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3명도 파리를 찾아 한 총리를 만났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는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지에서 현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복체험 행사 등을 펼치고 세느강 '엑스포 청사초롱 불 밝히기' 행사를 진행하며 부산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도 현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지난 23일부터 파리를 방문 중인 주요 기업 총수들도 최종 투표까지 유치 교섭에 나선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최 회장은 이날 오전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한 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함께 최종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했다.
최 회장은 각오를 묻는 질문에 "각오가 다른 게 있겠나. 이겨야죠. 잘 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웃어보였다.
정부에 따르면 26일까지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의 총수가 파리에 모두 머무르며 교섭 활동을 폈고, 이날과 28일에는 최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남아 마무리를 맡는다. 다른 기업들도 사장급 최고위 관계자가 현지 유치전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파악해온 상대국과의 경제협력 수요를 토대로, 부산 엑스포를 통해 한국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정부에 따르면, 재계 역시 지난 1년 6개월간 그간 접촉이 많지 않았던 태평양 도서국,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과 접촉을 이어가면서 경제협력 기회 확대의 여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한 총리는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유치전인 만큼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뛰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드리고 싶다고 대표단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열리는 제173차 BIE 총회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과 개최지 결정 투표가 이뤄진다.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이다.
국가별로 20분씩 진행되는 최종 PT, 이후 BIE 회원국 대표단 신원 확인, 투표 기기 배부 등 절차를 고려하면 한국시간 기준 이르면 28일 0시30분께 개최지가 발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도시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정부는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선에 진출할 경우, 이탈리아를 지지했던 국가들이 한국으로 더 많이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호 부산엑스포 유치지원단장은 "투표 직전 PT에서 BIE 회원국들의 마지막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를 진중하게 전개해나갈 예정"이라며 "그간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정부와 민간이 최선을 다해서 달려온만큼, 우리 진정성이 꼭 득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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