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22번 정답률 1%대 나오며 논란 한층 가열
애초 윤 대통령 '킬러 배제' 지시부터 논란 시작
쉬운 수능 논란에 변별력 유지하겠다 추가 지시
9월 모평 수학 만점자, N수생 늘자 위기감 고조
킬러문항 아니라 한들…'사교육 경감' 지시 퇴색
애초에 교육 당국의 킬러문항 기준이 모호했던 점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킬러문항을 내지 않았다고 밝힌 당국이 구체적 기준을 밝히라는 말도 있다.
19일 메가스터디교육과 EBSi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치러진 수능 수학 영역 22번의 수험생 가채점 결과 정답률은 1~5% 수준이다. 가채점 결과이긴 하지만 정답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수학 22번은 선택과목 직전 마지막 문제다. 킬러문항 배제 지시 이전에는 수험생들이 너무 어렵다며 풀지 않고 넘기는 킬러문항이 주로 배치되던 자리였다.
올해 수학 22번은 수학Ⅱ에서 출제된 문항이다. 미분법을 이용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삼차함수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다. 미분계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 개형을 추론해 함수식을 구해야 한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이 정도 문제면 '킬러문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과 교육 시민단체 일각에서도 수험생이 풀 수 없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풀 수 없는 문제"라며 "(당국은) 조건의 수를 줄여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교육과정과 교과서 어디에서도 22번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조건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런 문제가 킬러문항이 아니라면 수험생들은 대비해야 한다"며 "답안지 작성을 포함하면 수학 문제 하나당 2~3분 안에 풀어야 하는데 강사들은 시간 안에 풀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반면 교육부와 출제본부는 '킬러문항은 이번 수능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지난 16일 "킬러문항이 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너무 전문적인 지식이 담긴 지문을 쓰거나 너무 많은 변수들을 넣어서 학생들이 과도하게 문제풀이에 시간을 많이 쓰게 하는 것을 배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공식적인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는 '공교육 교과 과정을 벗어난 소재, 내용 등을 갖고 사교육의 문제풀이 기술에 숙달한 학생만 풀 수 있는 문제'다. 윤 대통령은 당국이 킬러문제를 내 학생들이 사교육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질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수험생 대다수와 입시업계가 '킬러문항' 의미를 너무 어려운 문항으로 받아들여 왔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빼라고 지시한 게 알려지자 수능이 쉬워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당장 재수생이나 N수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조짐이 일자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킬러문항이 없이도 수능의 적정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킬러문항 없이 N수생 증가와 고3의 코로나 학력결손 와중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어려운 문제를 내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26일에는 교육부가 과거 문제 26개를 추려 킬러문항의 예시를 공개했음에도 EBS 교재 연계 문제나 정답률 30%대 문제가 포함됐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만점자 수가 2500명에 달하자 애초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했다는 위기론도 제기됐다.
EBS 현장 교사단 소속의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수학 영역에 대해 "올해 9월은 객관식 문항이 어려웠다"며 "(최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단답형 정답률을 9월 모의평가보다 조금 더 강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답형인 22번은) 교육과정을 위배하고 사교육 스킬이 있어야 풀 수 있는 수준까지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교육당국 입장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정말 킬러문항이 없다고 쳐도,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킬러문항 배제 방침 전과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안의 소재를 갖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라고 해도 정답률 1%대의 문제를 결국 더 빨리,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능 문제가 쉽든 어렵든, 킬러문항이 있든 없든 사교육은 받는다"며 "냉정히 말하면 이렇게 수능이 나오면서 사교육 경감 대책을 위해 내놨던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해진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출발점은 킬러문항에 대한 규정이 아주 자의적이기 때문"이라며 "수능 출제점검위원회에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 즉 킬러문항을 판별하는 실무적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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