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염경엽 감독 "한결 같은 응원, 선수단에 절실함 심어줘"[일문일답][KS]

기사등록 2023/11/13 23:49:18 최종수정 2023/11/13 23:55:34

"박동원의 2차전 홈런, 선수들 자신감 되찾는 계기"

"우승 후 선수들 울 때, 감정 터져서 잠깐 울었다"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13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1.13.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한국시리즈(KS) 우승 한을 풀고 눈물을 흘렸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 KS'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KS 우승을 거머쥐었다. LG가 KS 정상에 오른 것은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정규시즌 1위 역시 1994년 이후 처음이었던 LG는 29년 만에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통합 우승으로는 1990년, 1994년에 이어 통산 3번째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도 사령탑으로는 처음 KS 우승을 맛봤다.

염 감독은 "2차전에서 역전했을 때 우승을 확신했다. 더 확신을 가진 건 3차전에 이겼을 때이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승운이다. 그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우리 선수들이 그 두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염경엽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준 KT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단에 감사하다. 우리 팬들이 오래 기다렸는데 기다림 속에서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우리 선수단에 절실함을 만들어줬다. 그 절실함을 갖고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열심히 해줬다. 나에게 많은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페넌트레이스 우승 성과를 냈다. 우리 선수들에게 또 한 번 성장하는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가장 중요한 1차전을 패했지만 박동원의 홈런으로 2차전을 잡은 게 우리 선수들이 기가 죽지 않고 자신감 되찾는 흐름을 가져와 우승할 수 있었다."

-LG의 마지막 우승 때 상대 선수였는데.

"그때는 상대팀 선수로 뛰었지만 우리 전력이 달렸다. 우리는 지키는 야구를 했고 LG는 공수에서 완벽한 팀이었다. 지키는 야구를 못하면서 LG에 우승을 뺏긴 기억이 있다. 이번 우승은 선발 때문에 조금은 고전해서 힘든 경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우리 승리조들이 한 단계 성장했고, 중간에서 함덕주, 김진성, 유영찬, 백승현, 이정용 등 모든 선수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면서 선발의 부족함을 메웠다.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케이시 켈리와 김윤식이 선발로 역할을 해주면서 4승 1패로 끝낼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KS)' 5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대2로 LG 트윈스의 승리. 통합스코어 4대1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염경엽(오른쪽부터) 감독, 오지환, 김현수, 임찬규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2023.11.13. ks@newsis.com

-과거 실패가 도움이 됐나.

"시련을 겪고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감독 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시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 어떤 것들이 부족했고, 어떤 게 좋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미국 연수를 갔을 때 시간이 엄청 많았다. 그 시간에 가족이 없이 혼자 있어서 내가 정리했던 노트를 다시 체크했다. 재정리를 한 것이 자양분이 됐다."

-언제 우승을 확신했나.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2차전에서 역전했을 때다. 확신을 가진 건 3차전에 이겼을 때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승운이다. 그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우리 선수들이 그 두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 걸 봤다. 내가 가장 힘이 되는 건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모습에서 절실함과 승리에 대한 열망을 봤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6, 7차전까지도 생각했는데, 그렇게 길게 가도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1000만원은 누구에게 줄 건지.

"500만원씩 나눠줄 생각이다. 박동원과 유영찬이 좋은 가방이라도 하나씩 샀으면 좋겠다. 영찬이가 이닝을 끌고 가는데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했다."

-절실함 속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우승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절실함과 열정이 잘못 되면 조급함이 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첫 번째 강조한 게 기본기와 차분함이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에 침착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오늘 경기 전에도 약간 흥분된 상태여서 다운 시키려고 엄청 노력했다."

-29년 동안 우승이 간절한 팀에서 우승했는데.

"엄청 부담스러웠다.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올해 4, 5월에 선발진이 붕괴되고 승리조가 붕괴됐을 때 솔직히 잠을 못 잤다. 그때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 타선이 터져주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줬고 젊은 승리조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 함덕주 등이 버텨주면서 4, 5월을 넘겼던 게 지금의 우승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KS에서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최원태가 1회를 못 던졌을 때다. 투수 교체를 해서 나머지 이닝에서 한 점이라도 주게 되면 2차전도 넘겨주게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우리 선수들이 절실함과 열정을 갖고 있어도 지금까지 그런 뒤진 상태에서 이겨내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t와 LG 트윈스의 5차전 경기, 6:2로 kt를 꺾고 통합 우승을 확정지은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13. mangusta@newsis.com

-LG 코치, 스카우트, 운영팀의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LG에서 엄청 욕을 먹었을 것이다. 감회가 엄청 남다를 것이다. LG 감독이란 자리를 처음 제의 받았을 때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았고, 맡아본 팀 중 가장 우승에 가까운 전력이었기 때문에 큰 행운이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이 나에게 힘을 줬고, 프런트가 나에게 믿음을 줬다. 현장에서 신뢰를 주면서 좋은 성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 팬들이 의심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야구를 선수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뛰는 야구에 대해 한참 말이 많을 때도 엄청 고민했다. 뛰는 게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 우리 팀에 필요한 부분은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는 것이었다. 더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LG가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구성에서 뛰는 야구와 함께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는 공격적인 야구를 통해서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은 게 내 목표였다.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꾸준히 노력한 부분이 지금의 좋은 결과물을 만든 것 같다."

-감독 생활은 어떤가.

"가족은 감독을 안 했으면 했다. LG 감독으로 간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와이프는 이번 한국시리즈 뿐 아니라 페넌트레이스 내내 절에 가서 기도를 했다. 우리 딸은 야구장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 때마다 이기는 징크스 때문에 예비 사위와 매일 같이 야구장에 와서 응원했다.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 때도 가족이 많은 힘이 돼줬다.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가족이 큰 힘이 됐다."

-오늘 울었나.

"잠깐 울었다. 너무 절실하다 보니 감정선이 절실함을 눌러버리더라. 선수들이 울 때, 거기에 감정이 터져서 잠깐 울었다. 지금은 쉬고 싶다."

-2연패에 도전하나.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올해 우승하면 내년 시즌에는 멘털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신구조화 구성이 잘 돼있고 선수들을 잘 키워내면 명문구단이 될 것이다, 내년에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더 강해진 LG 트윈스가 돼 있을 것이다. 팬들에게도 이제 시작이라고 애기했다. 우리는 이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LG가 강팀과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는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계속 좋은 과정을 만들다 보면 결과는 따라 올 거라고 생각한다. 좀 쉬었다가 준비도 잘해서 내년에도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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