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난동 말리고 경찰 출동하자 사라져
"취미로 코스튬…아이들과 사진 찍고 가던 길"
의상 사진 도용·결제 후 잠적 등 사기 행각 주장도
지난 11일 밤 소셜미디어(SNS) 등엔 난동을 부리는 노숙자를 스파이더맨 차림의 시민이 말렸다는 글과 영상들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난동을 부리며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는 노숙인을 스파이더맨 복장의 시민이 달래며 진정시켰다. 말리는 과정에서 노숙인의 양 손목을 잡고 춤추는듯한 동작을 하는 모습도 나왔다. 이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정리하자, 스파이더맨은 말없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스파이더맨의 정체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본인이 영상 속 스파이더맨이라는 누리꾼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SNS를 통해 취미로 스파이더맨 슈트 제작을 하며 코스튬을 한다고 밝혔다. 당시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잠실에 가서 사진을 함께 찍어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A씨는 "할아버지께서 지하철 관계자분과 싸우다 폭행하려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경찰이 오기까지 10여분 걸린다고 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고 했다. 노숙인의 팔을 잡고 있었던 것에 관해서는 "말리는 과정에서 제가 팔로 밀쳐져서 잡고 있었다"며 "중간에 춤을 추는듯한 동작은 할아버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제가 춤이라도 출까요? 하니 그러자고 해서 잠시 같이 동동 뛰어다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장난삼아 제가 가야겠죠? 했는데 거기서 보고 계시던 분들이 가보세요! 하셔서 머리가 하얘진 상태로 갔다"고 밝히며, "저는 그냥 쫄쫄이를 뒤집어쓴 사람일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히어로가 맞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A씨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누리꾼이 등장하며 논란도 일고 있다. 12일 X(옛 트위터) 이용자인 B씨는 "이놈 아이언맨 제작 카페에서 슈트 제작해 준다고 돈 받아 갔다가 잠수타서 들통났다"며 "나랑 제작 상품을 서로 교환하기로 했는데, 내 제품을 받아 가고 잠수를 타길래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더니 반년 넘게 걸려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선행으로 훈훈함을 안겨줬던 '잠실역 스파이더맨'은 사기 전력이 있다는 폭로도 나오면서 실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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